.今.生.有.約./→ 人緣

가수 윤종신과 나.

우리팬 2006. 9. 1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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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입학전까지는 그다지 한국가요는 물론 다른 분야의 음악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었다. 그래봤자 종종 산 몇장의 레코드판이 다였고, 내가 직접 산 것은 10장도 채 되지 않았으니, 따져보면 거의 관심이 없었다, 라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당시엔 카세트 테잎이나 레코드판을 내 맘대로 살만한 경제적 여건이 마련되지도않았으니.-_-+ 우야등가 고등학교 전까지 지겹도록 들었던 노래는 아부지 덕에 '최진희' 아줌마 Best가 다였으니... 덕분에 아직도 이 아줌마의 노래는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다.-_-v

고등학교에 입학을 했고, 우야다보니 노래방이란 곳에도 가보게 되었는데, 내 기억이맞다면 내 친구 성호라는 넘과 단 둘이 갔었고, 당시에 고삐리가 노래방을 간다는게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었기에 아마 동네조그나만 노래방에서 불렀던 것 같다. 것도 우리동네도 아니었고.-_-+ 처음 불렀던 노래가 뭐였더라... 금영노래방 499최호섭의 '세월이 가면'이었고, 그 두번째가 푸른하늘의 '꿈에서 본 거리'였는데, 세번째부턴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제대로 불렀던 노래는 하나도 없었을 듯.

고1 겨울방학과 동시에 대인관계의 변화가 급격히 일어났고,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본의아니게 찾아가야 했던 곳이 바로 '노래방'이었다. 무슨무슨 동호회 모임을 가더라도, 고삐리 이하 아해들은 엉아, 언니들 가시는 소위 모임 뒷풀이엔 참석하지 못했고, 이래저래 걷어들인 회비에서 배춧잎 한장 정도를 떼어내다가 노래방으로 돌진하게 했으니... -_- (물론 당시엔 그것도 만족스러운 대접이었다.-_-+) 암튼간에 그 후로 노래방을 허벌나게 드나들게 되었고 나도 이제는 부를 수 있는 노래가 공급되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윤종신 1집과 2집 표지

엉아들과 노래방을 갔을 때, 얼핏 들었던 노래가... 바로 1603 윤종신의 '이별연습'이었는데, 노래 리듬보다도 제목에 꽂힌 나는, 어떻게 노래제목을 이따위로 만들었을까... 사람과 사람이 헤어지는데 무슨 연습이 필요하냐고 빈정대곤 했는데, 결국 이 노래가 그 이후로 내 18번이 되어버렸다.-_-+ 하지만, 우리나라 노래방 세계에선 18번 한곡 가지고선 살아남지 못한다, 더 많은 노래가 필요했고, 내가 부를만하고, 또 남이 잘 부르지 않는, 그리고 내 기분에 내키는 발라드 노래를 찾다보니 바로 윤종신이란 가수의 노래였다. 하지만 당시엔 구하고 싶어도 경제적 여건이 되어있지 않으면 구할 수 없는 것이 대중가요였고, 이래저래 수소문과 나름대로 악착같이 구한 끝에 혹은 노래방에서 아예 몇번을 틀어 불러보고 연습해서 윤종신의 '처음 만날때처럼 I,II', '너의 결혼식', 'H에게', '텅빈 거리에서' 등의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었다. 이후 달마다 신곡이 나올때마다 윤종신의 노래를 찾았고, 행여나 놓쳐버린 이전 노래 하나라도 찾다보니 '추억속에 사는 너', '검은 리본 속의 너' 혹은 '내 소중한 사람에게'등의 비인기 노래도 부를 수 있게 되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윤종신 3집 타이틀곡 '오래전 그날'이 굉장한 인기를 끌었는데, 이건 다른 사람들이 하도 많이 불러대서 나는 부르지 않았다.-_-v)

우야등가, 갑갑했던 고등학교 생활을 그나마 버티게 해준 것 中의 하나가 바로 윤종신의 노래들이었고, 한동안까지는 잊었지만 지금이라도 반주가 나오면 바로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바로 윤종신의 노래들이다. 몇일 전에 金양의 기숙사 방에서 팅가팅가 하고 있다가 얼핏 '야심만만' 다운 받은 것을 보게 되었는데, 윤종신이 보였다. 참... 가수할때가 좋았는데, 논스톱이라는 시트콤부터였던가, 이래저래 가수보다는 딴 곳에 우물을 파고 있는 그를 보니, 기분이 좀 그랬다. (아마, 군입대 후부터 목소리도 바뀌고, 가수로써의 인기도 상당히 많이 떨어진 것 같다.) 하여간 그는 내 추억 속의 한켠이다. 그래도 이제까지 종종 앨범은 내어서 10집까지도 왔다. 생각난 김에 이래저래 그의 노래들을다시 다운 받아 들어보는데, 가슴 한구석에서 뭔지 모를 웅클한 느낌이 생기는 것은 지울 수가 없다. 10년이 지났는데, 10년이훨씬 더 지났는데 말이다.

윤종신 3집

그때 함께 신나게 떠들고 웃고 울며 지냈던 사람들의 이름과 얼굴들이 스쳐지나가면서, 아직 살 날이 더 남았지만, 자꾸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그때뿐'이라는 서글픈 생각이 드는 것은 할 수 없나보다. 뭐... 다는 그렇지 않겠지만 종종 보는 X-Man에서 자꾸만 이전에 대강 10년 전의 모습들을 떠올리고 리메이크를 하는 모습을 보니, (뭐 김종국 입대 전 허벌나게 꺼집어냈던 터보나, HOT의 데뷰때 노래라든지, 혹은 90년대 데뷰를 했던 이야기를 꺼집어내고 하는 것들) 사람의 추억만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없나보다.

비단, 이러한 것들은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0년이 지나고,  지금 스무살인 아해들이 지금 신나게 부르고 즐기고 했던 것들을 다시금 보게된다면 그때 함께했던 사람들까지도 떠올리게 된다, 라는똑같은 상황이 아니 나오겠느냐, 이 말씀. 그러면서 스스로의 연장자들의 생각을 자기도 모르게 따라하게 되고, 거치게 되면서 우리는 나이 한살, 두살을 더 먹어가는거다.

가수 한명의 노래 때문에,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아침이다. 끝으로 미리 그의 결혼을 축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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