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今.生.有.約./→ 雜感

내 방이 생겼다는 의미.

우리팬 2007. 2. 3.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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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학 후 학교가 집에서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곳인지라 집을 떠나 자취생활을 했었다.  다른 사람들은 기숙사에 입주도 하고, 또는 멀어도 학교버스를 타고 통학을 했었지만, 이상스레 나는 집을 떠나고 싶은 기대감에 '자취'를 고집했었고, 그래서 얻은 집에서 꾸역꾸역 소위 말하는 영양불량, 음주과다 자취생이 되었던 것이다. 입학 후 3월 한달... 선배, 동기들과의 술자리 외에도 '혼자'라는 자유분방함과 또다른 '혼자'라는 쓸쓸함에 자취집에서 독주(独酒)도 자주 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고3때 제대로 책상에 앉아있지도 앉았음에도 몸무게는 66Kg까지 불었었는데, 이 넘의 자취생활 한달만에 54Kg까지 줄었으니... 제대로 된 남정네 자취생활이 아니던가.

하지만 그리고 한달 후엔 가까워진 과동기넘들이 저녁마다 불쑥불쑥 찾아왔고, 이게 내 방인지, 니 방인지 모를 정도로 거의 집단 노숙자 공간이 되어버렸다. 군제대 후의 복학 후에도, 그리고 대학 졸업을 해서도 동기넘들은 이때 이야기를 나불거린다. 이미 지나간 과거 이야기지만 자꾸만 꺼집어 내는 것은 나와 공통관심사가 없거나, 혹은 제대로 마땅한 주제가 없으니 할 수 없이 꺼집어내는 술자리에서의 안주거리가 아닐까나. 암튼, 그리고 1년 반 후 자취방을 정리하고 군입대를 했고, 단체생활에 적응을 해야만 했다. 소시적 수련회나, 혹은 수학여행... 머리 좀 컸을 때 집단 술퍼마심을 제외하곤 남과 한방에서 잔다는게 어색했던 나는 훈련소때부터 변비와 불면증에 시달렸었다. (훈련소에선 다들 잘 잔다고 하더니만. 쩝~)

제대를 했고, 다시 자취를 고집했다. 이전에 했던 고생도 있음직한데, 대학을 졸업할려면 통학의 부담이 없어야 한다는 개똥철학을 내세워 다시 자취집을 구했고, 운 좋게도 방이 세개나 딸린 빌라를 싼 전세값으로 구할 수 있었다. 이때가 꽤나 재밌었는데 말이다... 방이 세개나 되니 막내동생이 잠시 산 적도 있었고, 또 학교사람들와 술자리를 같이 한다든지 시험기간에도 별다른 부담없이 같이 밤을 지샐 수 있었으니 말이다. 뭐, 석달 정도였지만 시트콤이나 영화에서나 봤던 두 아낙과 한 집에서 동거(?)를 했던 적도 있다. 물론 나야 방값은 술로 받아냈지만.-_-v

대학 졸업 후에 중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연수기간 중에서는 독방 기숙사 생활을, 연구생 입학 후에는 외주(外住)를 했다. 사실 1남 2녀인 형제관계인지라 내가 내 방에서 생활하는 것을 당연시 생각해왔었고, 내 방만은 꼭 있어야 한다, 라는 강박관념 비슷한 것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뭐 모르지, 형이나 남동생이라도 있었다면 몰라도.-_-+ 귀국한 후 그제까지 집에 빈방이 없어서 한달 반 정도 마루생활을 했었다. 조그나만 아파트인지라 마루라 할 지라도 방과 별다른 차이점은 없었지만, 왠지 나만의 공간이 없었던 것이 꽤나 쓰라리더라고.-_-+ 1남 2녀중 두명은 뻔질나게 외국생활을 해왔으니 남아있는 동생은 집에서 챙길 것은 다 챙겼더라고.-_-;;; 다 챙긴 동생이 얼마전 시집을 갔고, 그제부터 집에선 대대적인 내부 이사를 해야만 했다. 마침 막내동생도 한국에 잠시 들어왔으니 자기 방을 다시 만들었고, 나 역시도 5년전에 생활했던 내 방에 다시 컴백을 했다. 햐... 그리고 지금이 그 첫날밤. 당췌 잠이 오지 않는다. 오후내도록 생노가다에 당연히 뻗어야 할 것인데, 가슴 속에 찜찜한 일들이 하나둘 쌓여있다보니 신경이 자꾸만 쓰여 잠자리에 눈이 안가기도 하고, 문득 '5년 전에 내가 정말 이 방을 사용했던게 맞나?' 할 정도로 이 방이 굉장히 낯설게 느껴지는거다. 아니, 어쩌면 근 반년 정도... 나만의 공간을 가질 수 없었던 허전함에 대한 들뜬 기분일지도 모르고.

헐~ 결국 보지도 않던 漢韓大字典의 용도를 찾아냈다.-_-v

사람은 가진 것을 잃어봐야 제대로 정신차리는 바보다. 또는 잃어본 기억이 있다면 그것 때문에 다음번엔 겁내는 겁쟁이일지도 모른다. 없었던 방이 생겼고 신기해하고 들뜬 마음에 이 새벽에 눈 떠 있는 내 자신이 쪽팔리고, 또 얼마간 시간이 지나면 이 방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정성스레 정리를 해봤자 뭐하겠는가, 생각하는 내 자신이 심심하기만 하다.-_-+


쳇, 어쨌거나... 방이 생겼다.-_-v 여전히 마루생활을 하고 있는 韓군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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