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中 國

중국 학생들에게 한국詩 얘길 하다.

우리팬 2007. 2. 21.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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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마찬가지로 교재가 끝난 덕에, 요즘엔 무엇으로 시간을 떼울까, 잔머리를 열심히 굴리고 있는데, 그나마 괜찮은 거리 中의 하나가 한국의 詩나 전래 동화 소개였다. 나도 어차피 마지막 학기인지라 이런저런 실험정신에 투철하기로 했고, 또 내가 얼마만큼이나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더라고.

윤동주의 序詩
... 참으로 가슴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비슷한 시기의 중국 현대시라면, 대부분이 조국을 찬양하거나, 혹은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된 시들이 대부분인데, 그래도 당시의 상황에 굴복하지 않고, 우리 민족을 걱정하는 민족시인 윤동주를 설명하는 일이, 그리 기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또 한국어의 구조나 어감을 그래도 몇개월동안 겪어봤던 학생들이었던지라, 시의 직역 정도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시대적 배경 설명이나, 시의 배경 설명 역시, 내 딴에는 제대로 끝냈다고 생각된다.

문제는 다음 詩 부터였다. 내딴에 고른 것이 젊은층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연애'에 관한 시였는데, 잔머리를 굴린 결과, 그나마 은유나 혹은 귀찮은 비유법들이 거의 없는-_- 나름대로 만만한 원태연氏의 시를 골랐으니... 그 中에서도 제목조차 쉬운 '혼자이기 때문입니다 I, II'를 골랐다. 서술체의 시인지라 내용전달이나 혹은 어법 설명은 그리 어렵지 않았는데, 내가 10여년전에 중독되었던 그런 감흥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던 것 같다. 10년의 시간이 그리 길었는가, 혹은 아예 한국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연애와 중국 젊은 아해들의 연애사고 방식이 다르기 때문인가.

헤어지고 나서 싸울일도 짜증낼 일도 만나야 되는 의무감도, 전화등의 일거리(?)의 사라짐으로 인한 허탈감 그리고 상대적으로 혼자있는 시간내지 생각의 여유에 따른 공허함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던 것 같아 아쉽기는 하더라만. 하기사, 내가 지금 다시 읽어봐도... 詩라고 하기엔 너무나 가벼운 느낌이 있지 않나 싶다. 이번 주말에 주말반 아해들에게 다시금 도전을 할터인데, 그때는 또 어떤 반응이 있는지 살펴봐야겠다.

그리고 간단한 전래동화를 소개를 했는데, 우리가 흔히 하는 내용의 고전동화과 엇비슷한 것들이 중국에도 있어, 창작동화 비스무리 짭짭한 출처불명의 '사윗감을 찾는 쥐'라 는 문장으로 수업을 했는데, 내용의 참신함은 반응이 좋았건만, 너무나 뻔한 얘기인지라 그저그렇게 대강 마치고 말았다.-_-+ 쉽다기 쉬운 내용의 동화였지만, 종종 실감된 중국어 어휘력 부족으로, 전자사전 붙잡고 헤매야만 했었다. 대신 주말반 수업때는 훨씬 편하겠구마이. (이제껏 한국어 수업 알바를 하면서 제대로 예습 한번 한적 없다고 망구 필요없는 자만심의 결과가 여기서 나온게 아니겠는가.-_-+)

우야등가, 월드컵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즈음해서, 이 아해들과의 인연도 끝나게 된다. 이럴때마다면, 항상... 김광석氏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라는 '서른 즈음에'의 한소절이 절로 떠오른다.


원문 포스트 : 2006/06/08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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