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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6일의 횡설수설.~

우리팬 2008. 7. 1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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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16일에는 江苏 无锡에서 후배 셋을 데리고 맹인 안마를 데리고 갔다. 나는 단지 가련한 통역담당.-_-;

날이 더워서 그런지 포스팅이 뜸하다. 아니 어쩌면 사는게 너무나 단순하다보니 자꾸 단순하고 안일한 생각을 하고 살아서인지도 모른다. 가끔은 생각한다, 라는 것 자체가 귀찮다라고까지 느낀 적이 있었다. 사람은 왜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 할까.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 그것이 실수인지, 아니면 바른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도 결국은 '나'라는 사람이 아닌 '남'이라는 타인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생각을 하며 살아야 하는 것을 결국 상대방을 위해서이기 때문인가? 나 혼자 편하면 된다, 라는 생각이 들 무렵이면, 왠지 모르게 자연스레 떠오르는 이야기가 바로 '개미와 배짱이' 이야기이다. 배짱이처럼 여름에 놀면 겨울에 먹을 것이 없어서 여름에 땀 흘리며 일한 개미네를 찾아가 구걸한다, 라는 이야기가 소시적에는 그렇게 와닿지 않았는데,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남들이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잠시나마 관심을 가질 때면 항상 뇌릿속에 떠오르곤 한다. 나는 과연 배짱이였을까나. 아니 어쩌면 요즘 세상이라면 그 배짱이는 여름에 갈고닦은 노래실력으로 되려 다른 곤충들에게 실력을 인정받아 잘나가는 가수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곤 그것을 부러워한 개미들도 덩달아 다음해 여름부터 열심히 노래연습을 했을지도 모르지. 아니 또 어쩌면 배짱이는 힘으로 개미네의 식량을 뺏아갔을지도 모른다. 남이 모아놓은 재산을 무력이든 사기든지간에 어떻게든 뺏아서 호의호식 했을지도 모르지. 왜 동화 속 이야기는... '현실'의 가정이라는 것이 빠져 있을까.

06년 이 날은 하루종일 집에 있었다. 왜냐면, 바로 전날에 江西 贵溪, 南昌, 杭州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7월 한달에 들어와서 내 일상에 바뀐 부분이 있다면 모니터 한대 더 생긴 것 밖에 없다. 몇주간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어디서 살까 고민을 하다가, 또 커다란 모니터가 생기면 뭔가 내가 하는 짓거리들에 대한 효율도 덩달아 늘어나겠지 생각을 했건만, 역시나 물건은 물건이다. 물건은 사람이 어떻게 이용하는가에 따라 그 가치가 생성되는 것 같다. 연장이 불편하면 작업을 하는데 능율이 없을 순 있지만, 인간이라는 것이 열악한 환경에서 더욱 열심히 할려는 오기내지 근성이라는 것이 있기도 하고, 또 연장이 좋다보면 본업은 잠시 뒤로 미루고, 이것저것 다른 짓거리를 한다고 시간을 낭비하는 나태함과 쓸데없는 호기심이 생기기도 한다. 나는 지난 몇일새, 후자가 되어버렸다. 컴터 앞에 있으면, 마우스보단 키보드를 더 많이 써야지, 라고 하는게 내 생각인데... 오른쪽 어깨가 자꾸 결리는걸 보니, 확실히 마우스를 더 오래 썼다. 클릭질만 한다고 인생에 뭐가 도움이 되겠니. 남들 사는거, 세상 돌아가는 구경은... 일단 나 자신 주위부터 돌아보면서 해야할 짓거리가 아니더냐.

05년 이 날에는 아는 동생과 맥주를 까며 한국어학원 강사자리를 소개받았다. 그때 거절해버렸으면 어떻게 되었을까나.

머릿속에서 비관적인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그래서인지 요몇일동안은 꿈자리까지 뒤숭숭하다. 물론 날이 더워서 온 몸이 땀으로 뒤범벅인 된 상태로 깨어서 그런 느낌이 들어서인진 모르겠는데,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꿈에서 멀어져야겠다, 도망가야겠다... 라며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운다. 잠을 줄이는 것은 게으름에서 부지런함으로 가는 보기에는 착한 짓인지는 모르겠으나, 사실 잠도 푹 자두는게 정신건강에 좋다. 잠을 제대로 못자면, 몸은 이래저래 움직일 수 있다만, 머릿속이 하얗게 텅 비어있다가, 몇시간이 지나도 그 하얀 백지같은 상태를 벗어나기가 어려워진다.

04년 이 날에 나는 上海에 있었다. 한국 귀국을 앞두고 잠시 막내집에 머물고 있었던 것. 아마 이때 중국에서 처음으로 한국식 짜장면을 맛봤다. 맛이 참 중국틱했다. 비싸긴 했지만.

배가 고프다. 요즘은 신기하게도 배가 고프다, 라는 신체적 신호가 오게되면 지갑 속의 현금부터 생각난다. 은행에 가는걸 워낙 귀찮아해서인지, 그 넘의 현금이 없어서 그냥 대강 한끼 떼우고 넘어가는 경우가 잦았다. 은행 잔고에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종이 쪼가리가 수중에 없다고 굶어버리냐고. 내가 만약 인터넷 쇼핑이나 홈쇼핑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다면, 지금쯤 은행잔고는 텅 비어있겠지비. 컴터를 통해, 아니 내가 무슨 물건을 사는데 있어서는, 직접 물건을 보고, 만지고... 종이 쪼가리와 물건의 물물교환에 있어서는 아직 세상살이 꽉 막힌 아저씨같다. 이제까지 살면서 인터넷으로 물건을 구입한게 10번도 되질 않으니 원. 또 어떻게보면 다행스런 일인지도 모르지만.

03년 이 날에는 江苏 无锡에 있었다. 다다음날에 无锡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 귀국을 위해 상해를 가야했기 때문에 별다른 일 없이 그냥 시내 한바퀴를 돌았던 걸로 기억한다.

저녁에 약속이 있다. 오늘이 초복인 줄 알았는데, 올해 초복은 토요일 19일이란다. 그런데 왜 오늘 내 핸펀 알람은 자정과 동시에 초복이라고 울려대었던 것일까. 작년 초복때 뭐했지? 재작년에는? 내가 또 언제 초복, 중복을 챙겼다고. 그나마 말복에는 남들 하는 것처럼 삼계탕 한그릇 뚝딱하긴 했지만서도, 초,중복은... 항상 알게 모르게 그냥 지나쳐버렸는데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약속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 그냥 그런 만남이고, 그냥 그런 저녁 자리가 될 것이고, 그냥 그런 술자리가 될 것이다. 그래도 그나마 편한 것이, 나보다 연장자라는 점, 그리고 외국인이라는 점... 술만 좀 덜 들어가면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눌 수 있을터인데, 그 넘의 '술'이라는 것이 뭔지, 항상 평소 하고싶었던, 해야할 것 같은 얘기는 뒤쳐두고, 하고싶은 얘기만 떠들다가 결국은 집으로 돌아간다. 하고싶은 얘기가 있다면 얼마든지 나 혼자서도 떠들 수 있는 일인데 말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은 대화를 위해서가 아니던가.

7월 16일이다. 상당히 더워서 짜증까지 나는 여름의 어느 한 날이고, 이 더운 날씨에 냉방기구를 돌릴려고 해도, 전기세가 무서워서 더욱 짜증나는 여름의 어느 한 날이다. 여름은 더워서 싫고, 겨울은 추워서 싫고... 봄, 가을은 이도 저도 아니어서 싫고.-_-; 나는 도대체 좋아하는 계절이 뭘까? 단 한번도 내가 좋아하는 계절에 대해선 생각한 적이 없다. 6월 초여름의 더위, 7월 한여름의 더위, 8월 늦여름의 더위... 나는 솔직히 구분을 잘 못하겠다. 그냥 더운건 더운거다. 더울 때마다 간절히 원하는 것은, 그 더위를 식혀줄 수 있는 소나기 한 차례이고. 오늘 같은 날 비라도 한번 온다면, 참 기분이 좋을 것 같다.


사족1> 02년 이후로 정말 오래간만에 맞이하는 한국에서의 7월 16일이다. 오늘 하루만큼은 한국을 사랑해야지.
사족2> 아, 오늘은 롯데가 4연패를 끊어야 할텐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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