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pan/→ 広 島

한개씩 먹는 스시도 있더라, 일본 사이죠의 '스시테이(すし亭)'

우리팬 2009. 1. 2.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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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제 '스시'라는 음식을 처음 먹어봤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간혹 비스무리짭짭한걸 먹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내 기억속에 제대로 된 스시모양으로 된 스시를 먹어본 건 삼촌이 군면회 왔을 때 백화점에서 사온 만원짜리 세트... 였던 것 같다. 뭐, 김밥이나 스시나 뭐가 차이가 차노~ 했건만...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그리고 스시란 넘을 먹으면 먹을수록 그러한 촌스런 생각은 자연스레 사라지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일식집하면 꽤나 부담스러운 외식 장소이다. 요즘 물가가 아무리 올았다고는 하지만, 아직 14,000원이면 아직 탕수육 + 짜장면 두그릇 하는 중국집이 있다. 하물며... 점심메뉴로 1인당 15,000원짜리 스시세트 시켜봤자... 식당을 나서는 발걸음이 그렇게 엉금엉금일 수 밖에 없다. 인생의 목표는 양보다 질이지만, 현실은 여전히 질보단 양이기 때문일까?-_-;

언젠가 박사생 일본친구에게 상당히 진지하게(?)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스시는 왜 항상 접시당 두개씩 나오냐고. 진지하게라기보다는 이런 뜬금없는 질문을 하니, 그 친구는 굉장히 진지하게 받아들여주더라고. 자기딴에도 이리 찾아보고, 저리찾아보고 했건만, 왜 대게 보이는 스시가 접시당 두개씩인지,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했는데... 대강 그 친구가 메일로 온 해설은 이러했다.

스시는 예로부터 고급음식이었는데, (지금도 비싼 스시는 엄청 비싸다.) 에도시대 이후에 패스트푸드로써 팔리면서 서민적 음식이 되었고, 당시 개당 40g이었는데, 먹기 불편하게 되어 그 반인 20g의 스시가 되었고, 지금도 1인분에 40g이라는 상식이 남아있어서 두개씩으로 된게 아닌가... 하더라. 지금의 일반적인 스시모양인 握り寿司는 에도 그러니까 지금의 동경쪽에서 나온 것이고, 교토나 오사카에서는 적당한 모양으로 찍어서 잘라만드는 押し鮨 혹은 상자모양이기 때문에 箱寿司라는 것이 있었다고 한다, 정도. 하여간 이 친구의 말은 원래 1인분에 40g이었는데 먹기 불편해서 두개로 쪼갠거다, 란 말씀. 뭐, 그렇다 치고... -_-;

일자 : 2008년 1월 27일


지난 겨울에 히로시마 근처의 사이죠(西条)라는 곳에 머물 때, 당시 일본인에게 소개를 받아 가본 스시집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사이죠역 바로 옆에 있다보니... 왠지 가기가 꺼려졌었다. (왜... 한국은 역근처면 맛도 그닥, 가격은 황당 아닌가.) 지나치기만 하다가, 히로시마에 갔다 돌아온 저녁에 가보자, 해서 金군, 黃군 두 넘을 데리고 갔었다.겉은 조그나만 스시집 같이 보이지만, 안은 보기와는 상당히 넓었다. 일단 들어가서 자리에 앉았고, 각자 1000円  정도의 예상을 하고 주문을 했다.

사실 우리는 가격에만 신경 썼지, 앞에 적인 개수는 놓쳤던 것이다.


일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일본에서 스시 가게는 처음이었다.-_-; 사실 02년까지는 먹는데 그렇게 투자를 하지 않았고, '스시'는 부자들만 먹는 건 줄 알았다.-_-;;; 그러다가 중국 유학생활을 하면서, 종종 갔던 타베호다이 일식집이나 부페식 스시집에 가서 뽕을 뽑다보니... 조금(?) 친해졌던 것인데, 일문과 학부생 출신으로 드디어 일본 현지에서 일식집을 찾아본 것이다.-_-; 중국에서는 아무리 비싼 곳이라더라도 그리 쫄지 않고, 메뉴판 보고 경제적으로 주문해서 먹고 나오곤 했는데, 이상하게 일본은 어딜가나... 긴장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왜일까나.


대강 각자 먹을 스시를 주문하고 기다리니 접지가 아닌 왠 잎파리가 하나 나왔다. 촌넘들이 뭘 아랴... 그려러니 하고 기다렸는데, 이런! 두개씩이 아니라... 하나씩이다. 허걱~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우린 배가 많이 고팠단 말이다. 오전부터 히로시마 바닥을 뒤지고 돌아오는 길에 허기를 채울려고 큰맘 먹고 들어갔건만... 건장한 대한민국 세 남정네는... 하나씩 나온 스시를 보며 하염없이 떨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뇌, 번뇌하였다... 더 시켜야 하는가, 맛만 보고 편의점에서 라면을 사먹을 것인가.-_-+ 게다가, 대게... 남자들끼리 밥 먹으러 가면, 밥값 정말 아낄려고 한다.-_-+ (술값은 반대지만)

그래도 나는 4개를 시켰건만,

쪼잔한 김군은 고작 두개.-_-;

4개를 시켰는데 8개가 나오는 줄 알았건만... 흑. 내가 시킨건 참치(マクロ), 새우(えび), 토로(トロ)... 하나는 기억이 안 나고, 봐도 모르겠네.-_-; (아마, 모험삼아 시켜본 것인 듯.) 먹성좋은 金군은 나름 고가(?)의 반만 익힌 소고기 육회를 시켰는데... 이게 양이 차나, 결국 우리는 소기의 문화체험에 만족하며... 나오자마자 바로 근처의 편의점으로 갔다.-_-;

결국 숙소로 돌아가자마자 먹은 챤코 라면.-_-+ 나름 고가의 라면.

이 날은 나름 충격이었다. 제대로 된 스시 한번 먹어보자, 라는 생각으로 가서, 돈이 문제가 아닌... 한개짜리 스시를 봤으니. 그러나, 그로부터 몇일 후... 언젠가 자전거로 동네 돌아다니다가 길을 잃어서 우연찮게 찾은 회전스시집에서 이 날의 아쉬움과 한(恨)을 제대로 풀 수 있었다. (아... 이 회전스시집은 언제 포스팅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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