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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주쿠 사건>과 <누들>, 밀입국을 하는 중국인 이야기.

우리팬 2009. 7. 2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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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成龍) 형님의 <신주쿠 사건(新宿事件, 2008)>을 봤다. 종종 예고편만 대강 봤었는데... 당초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스토리 전개였다. 성룡이 나온 <艺术人生>이라는 CCTV의 프로에서 보니... 찍은 영화가 80여부에 다다른다는데, 이 작품은 확실히 기존의 성룡영화와는 다른 인물, 전개가 펼쳐진다. 첫째가 원래 영화 속 성룡이 맞은 인물은 거의(?) 살인을 하지 않는다. 딱 꼬집어서 말하긴 그렇지만, 몇번을 생각해도 성룡이 직접적인 살인을 하는 장면은 그다지 기억이 없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살인을 한다. 와우~ -_-; 두번째가 주인공 성룡이 맡은 인물이 선인인지, 악인인지 경계가 불분명하다. 성룡이 맡은 어지간한 배역들은 거의 다가 정의를 위해, 그리고 선을 위해 싸운다. 하지만 이 영화 주인공의 성격은 참으로 애매하게 시작해서 애매하게 끝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해피엔딩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존에 나왔던 성룡영화는 추석이나 설날 특집 영화로 방영되던 단골손님이었는데, 그 이유 中의 하나가 그가 출연한 거의 모든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신주쿠 사건>은 시작부터, 그리고 끝에 이르러서는 결국 언해피 엔딩으로 끝난다.


영화는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어떻게 시작하는지, 또 어떠한 과정을 격게 되는지를 하나둘씩 보여준다. 그리고 우연과 필연으로 성룡은 이전까지 보여준 '착한 놈'에서 '악한 놈'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준다. 천신만고 끝에 일본에서 자리를 잡게되지만, 그와 힘든 시간을 같이 했던 중국 동포들이 결국엔 일본 야쿠자 사회에서 치여 몰살당하는 모습 역시 보여준다.

이 영화는 분명 기존의 성룡 영화와는 다르다. 이전의 영화들이 인물 위주, 액션 위주였다면... 이 영화에서는 성룡 자신이 더이상 단순한 액션배우가 아니라, 민족성을 깨닫게 하는 모습을 보여줄려는 의도가 다분히 보였다. 심지어 타국땅에서조차 편이 갈릴 수 밖에 없는 중국 각지방 사람들의 모습(본토, 홍콩, 타이완) 그리고 중국인을 대하는 이런저런 일본인들의 모습을 하나둘씩 보여주고 있다. 극중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크게... 불법체류자이지만 그래도 중국인들을 이해해주는 형사 타케나카 나오토(竹中直人), 필요에 의해 중국인들을 이용하는 야쿠자 보스 카토 마사야(加藤雅也), 그리고 중국인이라면 치를 떠는 카토의 부하 사와다 겐야(澤田謙也)... (세상에 이 아저씨는 '귀신이 온다'에도 출연했었군.) 물론 일본의 밑바닥에서 시작한 중국인들의 모습 역시 하나하나 그 시대의 그리고 그 민족의 모습들을 투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힘들게 시작해 동포들과의 단결을 이루어내는 성룡은 결국 자신의 안정된 생활이 시작함으로써 이전의 형제들과 거리가 생겨 배반을 당하고, 그 온순하고 순진했던 오언조(吴彦祖) 역시 불의의 사고(?)로 갈수록 타락해져 간다. 그리고 홍콩출신인 전가락(钱嘉乐)은 생각치도 못한 뒷통수를 치며 순간 화들짝 놀라는 반전도 보여준다. 그리고 이미 가부키쵸를 관리하던 타이완 조직의 두목 고첩(高捷)은 중국인이 중국인을 어떻게 대하는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거... 이 영화에 성룡의 친아들 방조명(房祖名)도 출연하는데... 전혀 기억없다능.-_-;

결국 이 영화는 성룡 영화라기보다는 이동승(爾冬陞) 감독의 영화이다. 이 아저씨가 예전에 찍은 몇 작품만 보더라도 성룡을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_- 알 수 있을 정도. 80년대의 데뷰작인 정로정전(癲佬正傳)은 물론이고, (이 영화에서 조연으로 주윤발과 양조위가 출연하는데 양조위를 정박아로 만들어버렸다.-_-;) 故 장국영(張國榮)의 마지막 작품인 이도공간(異度空間), 유덕화(劉德華)를 우울하고 고독한 킥복서로 만든 파이터 블루. 물론 모든 작품들이 이런 식은 아니었지만 단순히 홍콩영화의 특색인 깡패들의 액션이나 한번 웃고마는 멜로/코미디만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인물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사회상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만들어 온 것이 이동승 감독이라고 알고 있다. 그는 이 영화에서 단지 일본으로 밀입국한 중국인들의 모습만을 담은 것이 아니었다. 멸시받는 중국인, 그리고 그 멸시를 무시하고 일본사회의 약점을 알아내어 편법으로 이득을 취하는 중국인, 그리고 그들의 지역적 단합과 또 분열등을 하나둘씩 내뱉고자 한 것이다.

누가 이 영화를 성룡의 액션영화라고 하는가. 천만의 말씀. 이 영화는 아마도 앞으로 성룡이 추구할지도 모르는 중국 민족, 중국 사회상을 그린 영화의 시초일지도 모른다. 글고보니 이 두 부자의 국적이 모두 중국이더구만. (글고보이 요전부터 성룡의 이런저런 국가, 정치에 관한 말들로 시끄럽더니만.-_-; 특히 타이완쪽에 대한.)


다음으로 영화 <누들(noodle, 2007)> 이야기. 이 영화 오리지널 포스트를 찾는게 쉽지 않더니만.-_- 아쉽지만 이거라도. (한국용 포스터가 좀 더 있어보이긴 한다.) 살다살다 내가 이스라엘 영화를 보게될 줄이야 알았겠는가. 아무런 사전지식을 가지지도 않은 채 보기 시작했는지라 처음에는 프랑스 영화인 줄 알았다.-_- 근데 대사를 듣다보니까 뭐가 느낌이 좀 이상해. 혹시나 해서 영화보던 도중에 검색해보니까 어랏, 이스라엘. 남편 둘을 여윈 30대의 스튜어디스와 중국인 가정부가 남기고 간 중국인 꼬마의 이야기이다. 사실 요즘 멜로물 볼만한 기분이 아니어서 그냥 별기대하지 않고 보게 되었는데, 조금씩 조금씩 빨려드는 것이 결국 다 보게 되었다.

불법체류자였던 가정부가 말도 통하지 않는 여섯살짜리 꼬마를 한시간만 봐달라고 한 뒤에 사라지는데... 결국 강제 추방당하여 중국으로 가버렸다. 한명은 군인, 한명은 파일럿이었던 남편을 여위어 마음이 말라버린 30대 스튜어디스는 이 아이를 통해 삶에 대한 행복과 용기를 얻게된다... 뭐, 그런 이야기. 소통의 문제로 애먹지만 이들 사이엔 말보다도 더 진한 마음의 교류가 있었으니, 결국엔 트렁크에다가 집어넣고 베이징으로 가는 웃지못할 도전의 성공, 그리고 행복한 결말. 꼬마의 엄마가 베이징으로 강제추방 된 사실을 안 후, "니가 키우면 되지"라는 친구의 말에 "이 얘는 엄마가 있잖아."라는 말은 참 가슴아팠다.

그리고 언니의 전 남편, 그리고 언니가 바람을 피웠던 작가들 이야기로 살짝 영화를 보충해주고-_- 서양인들의 어색한 중국어 발음들을 오래간만에 들으니 살포시 웃음도 났다. 이 영화에서 이 꼬마의 비중은 매우 크다. 게다가 꽤나 귀여운 모습 때문인지 이 영화의 질을 살리는데도 한몫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꼬맹이는 상하이 출신이더니만. 98년생으로 Chen baoqi라는데... 아, 한자 표기된걸 찾을 수가 없으니 어디서 뭘 했는지, 하는지도 찾기 애매하더구마이. (이 영화 중문 제목이 面条이던데... 아싸~하고 찾았던 사이트에도 중문 이름이 없고, 또... 워낙 단순한 검색어이다보니-_-;) 하여간 생각치도 않게 가슴 훈훈한 영화 하나본 것으로 만족한다.



이제부터는 중국의 밀입국 이야기. 이 문제는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따지고보면 1970년대 말 중국의 서구사회에 대한 개방과 사회개혁을 시작한 후, 즉 80년대부터 붐이 일어났다. 심지어 밀입국한 나라에서는 사회문제로도 야기되었을 정도. 많은 이들이 중국을 떠나 지구상에 있는 세계 각국의 나라로 밀입국을 했다. 그리고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그 나라에서 밑바닥 생활부터 시작한다. 적어도, 적어도 자기가 지금 있는 곳에서 현실에 적응하며 살기보다는, 이 지구상에서 중국보다 부유한 어느 곳이라면 좀 더 잘 살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 듯 싶다. 무작정 떠나고 싶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닌 법, 재산을 정리하고, 전문 브로커들을 통해 건너가 그들은 '언젠가 성공을 하면 금의향환하겠다'라고 다짐을 한다. 혹은 적어도 고향에 남겨진 가족들을 부양할 수 있는 경제적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는 요즘도 별반 차이는 없다. 단지, 합법적으로 외국에 나가는 이들이 늘어났을 뿐.

언젠가 우스개 소리로 이런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중국인들이 세계 각국에서 자리를 잡고 살 수 있는 것은 '음식 문화'와도 관련이 있다는. 즉, 어떤 재료든지간에 기름에 부어 볶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음식문제 때문에 겪는 문제는 여느 다른 민족들보다는 낫다, 라는 말이었다. 이 우스개가 맞든 안맞든지간에 이 지구상에 가장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 민족은 중국인들일 것이다. (이 중국인은 중국 본토, 타이완, 홍콩 모두를 말한다.)

언젠가 '화교'에 관한 책이나 자료들을 접한 적이 있었는데, 이게 또 만만치 않은 것 같더라고. 요즘은 일본이나 혹은 서양권에서 유학을 하고 있는 중국인 학생들을 보면 '잘 사는 집안의 아이들'들도 적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허나, 전체적으로 본다면 그 나라의 밑바닥 생활에서부터 시작해, 힘든 역경을 딛고 일어서 자리를 잡은 중국인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만약 정말 중국이라는 나라가 미국과 세계 제일의 대국을 경쟁하게 된다 치자. 전세계에 퍼진 중국 화교들의 단합만 이루어낸다면 허허... 이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저력 中의 하나가 되겠지비. 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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