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y/→ Language

지랄같은 덴장할 지저분한 중국어 습관.

우리팬 2006. 10. 21. 14:40
반응형
원문 포스트 : 2005/11/25 01:10


3년하고도 몇개월 전이다. 코스모스 졸업과 동시에 중국으로 어학연수를 가기로 정해져 있었고, 사실 중국으로의 준비보다는 한국에서의 미련(?)들을 붙잡느라 중국 현지에 도착했을 때는 상당히 막막했다. 당시 내가 간 无锡라는 곳도, '첨밀밀'에 나오는 도시이다말곤 아는 바가 아무것도 없었고, 학교도 생판 처음듣는 江南大学였으니... 아는 것도없고, 정보도 없으면 남의 말이 귀에 팍팍 들어와 꼿혀버린다고... 내가 처음으로 남(?)에게 물어본 것은 바로 중국에서의 은행 계좌개설에 관한 한 문장이었다.

근처의 中国银行에서 계좌를 만들 때는 별 문제가 없었다. 뭐, 여권 던져주니까 대강 눈치까서 이리저리 처리를 해주었고, (대학 근처의 중국은행은 이래서 편하다.) 거기에 가지고 온 돈을 집어넣고 일명 달러통장으로 사용했는데, 얼마 후 익숙해진 중국에서의 소비생활로 인해, 현금대신 편하게 인출할 수 있는 은행카드가 필요했다. (물론, 중국은행도 가능했지만, 달러와 인민폐가 섞이면 귀찮을까봐, 그냥 따로 만드는 편이 낫다.)

그 당시 막내동생이 吉林 延吉 라는 곳으로 파견근무를 왔었고, 현지 은행통장 개설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동생은 전화상으로 딱 한마디만 했다. "오빠야, 그냥 Wo yao cun zhe라고만 하면된다." 이전에 중국은행에서 첫 계좌를 틀때 첫마디는 영어로 했다.-_-v

그럼 여기서부터 나의 지랄같은 덴장할 지저분한 습관에 대한 이야기. 당시 내가 찾아갔던 工商银行에서 내가 한 말이 먹혔다. 난 당시 Cun zhe 라는 단어가, 저축이라는 한국어의 발음인 줄로 들었고, 사전을 찾을 필요도 없이 그렇게 알고지내왔다. 그렇게 알고지내 온 것이 3년이다.-_- 대강 말하니까 통하더라, 그러니 굳이 사전찾을 필요없다, 라는 또... 대강 한국어의 한자어 단어를 나름대로 찍어서 발음하거나 습득하는 고질적인 습관에, 3년동안 난 Cun zhe를 저축으로 알고 있었단 말이다.-_-;;; (그러니까 '축저'를 일컫는 줄 알았다. 우리 한자어 단어를 거꾸로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까.)

우리말 '저축'의 한자는 貯畜 이다. 중국어에서 저축하다, 예금하다라는 의미의 단어는 储蓄 즉, 儲畜 (저축) 이다. 그러나,동생이 말한 Cun zhe의 한자는 통장을 뜻하는 存折이고, 储蓄 라는 단어의 발음도 Chu xu 라는게 문제다.-_-+ 괜한아는척에, 난 3년동안이나 병신같이 바보가 되어 살아왔던 것이다. 소위 이걸 유치한 지적 허영심이라 부르기도 한다.-_-;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른 사람을 도와 통장개설을 해준 적은 많아도, 이 단어를 따로 가르쳐준 적은 없다.-_-+ 아님 곱으로바보가 될 뻔했다. 하여간 이 넘의 단어 하나 때문에, 오늘 아침부터 자괴감에 빠져 있었으니... 스스로에게 참으로 부끄러운하루였다.

그래, 돌다리도 두드려 건너라 했건만, 난 몸구부리기 귀찮아 3년동안 바보로 살았다. 사전에 단어 하나 찾는게 무슨 큰 일이라고.-_-+ 허이구, 참.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