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y/→ Language

중국에서 한국어 가르치기.

우리팬 2006. 10. 26.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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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포스트 : 2006/07/03 03:38

언젠가 한번쯤은 이딴 포스팅으로 정리를 해봄직 해서 항상 생각만 하고 지내다 이제서야 살포시 끄적이게 되었는데, 막상 3학기 근 1년동안의 한국어 알바를 끝내고 나니 시원섭섭하면서도 한편으론 뭐 짜달시리 별거 있었나... 하는 아쉬움이 더 크기만 하다. 어차피 국적과 문화가 다른 사람과 사람이 만나 그 나라 언어로 우리의 언어를 가르쳐야 한다는 부담감이 가장 컸지만서도, 매학기때마다 은근슬쩍 생기는 소위 '노하우' 쉽게 말하자면 일명 '사이드를 제대로 까는 방법'이 몸에 베이면서 후엔 얼마만큼 가르쳤는가, 혹은 얼마만큼 수준을 향상시켰는가라는 객관적 결과물보다도... 각기 어떠한 성격, 그리고 배경의 학생이며, 어떤 식으로 했더니 이런 식으로 따라오더라, 라는 되려 학생들의 반응 쪽에 관심을 더 가지게 되더라고.

현실적으론 이렇다. 중국내 보통수준의 사설 외국어 학원에서 그나마 외국인 강사를 쓰기 편리하고 학원입장에선 싸게 먹히는 과목이 바로 '한국어'가 아닌가 싶다. 그만큼 중국내 한국 유학생 수가 무시하지 못할만큼 불어나 있는 상태이고, 어떤 곳은 주재원의 부인되시는 분이 여가삼아 하는 것도 얼핏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또한 한류와 함께 더불어 유학생 개인이나 단체가 취미삼아, 혹은 교류삼아 따로 한국어 수업을 여는 경우나 맨투맨식의 수업도 하는 경우도 있고, 혹은 주재원 부인이 개인적 관계로 한국어를 가르치기도 하더라.

이 학원은 학원외에도 다른 소학교를 빌려 수업을 하고 있다.

나 같은 경우엔 시간당 50元이라는, 뭐 적지도 많지도 않은 급료를 받고 어느 정도 南京 내에서는 인지도가 있는 (물론, 값싸기로-_-+ 학생들 한 학기 수강료가 380元) 金陵 外语学院 이라는 곳에서 한국어를 가르쳐봤는데 이 학원은 다른건 둘째치더라도 값싸기로 유명한 입소문과, 마치 1년 365일 길거리에서 홍보하는 아저씨 덕인지, 각 과목당 수강하는 학생 수가 적지 않은 것 같더라고. 그 中 개강과 동시에 가장 많은 학생이 몰리는 과목이 바로 한국어이고, 개강 후 학생수가 가장 현저히 떨어지는 과목이 바로 한국어가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본다. 사실 학생 수에 그리 연연하지 않았던터라 이제껏 내 소신껏, 양심껏, 그리고 재량껏 학생들을 대할 수 있었던 것도 나에게 있어선 하나의 운이 아니었는가 싶다.


이 학원의 수업 시스템은 대게 이랬다. 일반적으로는 평일반 주2회 3시간, 그리고 주말반 1회 6시간으로 시간배정이 되어 있고, 개강 후에 수강학생 현황에 따라 주3회 3시간의 꼽사리 반 있었고, 방학때는 주5회 3시간이라는 특별 스파르타식 수업을 하게 되었다. 평소때의 학생 분포는 평일반에는 현재 학생신분이 아닌 회사원이나 주부들이 꽤나 보였고, 주말반은 대부분이 현재 학적을 두고 있는 학생들이 많았다. 방학때는 대부분이 南京에 있는 현지인들이었다. 그리고 약간의 회사원들. 그도 그럴 것이 방학만 되면 학생들은 대부분 바로 짐싸들고 자기네 고향으로 돌아가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수업교재는 각 학원별로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서도, 그나마 가장 인지도가 있는 교재는 북경대 출판사에서 나온 标准 韩国语 第一册이다. 내가 알고있는 타 사설학원 中에서도 단 한곳을 제외하곤 이 교재를 사용하고 있더라고. (다른 한 학원에선 조선족 선생이 맡고, 교재는 보기에도 치가 떨릴 정도로 빽빽하게 한국어 투성이었던 책으로 기억한다. 그림 하나 없는.-_- 辽宁出版社 꺼였던가... 흠흠.) 나 역시 시간과 동시에 내 밥그릇(?)이랄 수 있는 수업교재가 바로 위에 언급한 표준 한국어라는 책이었는데, 일단 출판사 이름이 가장 크고, 또 책에 딸린 회화Tape 때문에 많이 선호하지 않은가 싶었는데, 개인적으로 두 학기동안 매학기 75시간동안 가르쳐본 경험으론 그리 믿을만한 교재도 아닐 뿐더러, 시간상의 제약과 동시에 학생들로 하여금 기초 한국어의 흥미를 갖게 하기엔 다소 무리가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었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다.


지난 3월에 시작된 마지막 학기의 시작 전에, 나는 교재에 대한 불편함과 또 다른 추천교재를 학원 부원장에게 건의를 했었고, 한국에서 출판된 가나다 KOREAN for Chinese라는 교재로 두개의 반 학생들을 가르치며 새로운 시도를 했었다. 이 책은 이미 중국에도 轻松 韩国语라는 이름으로 북경대 출판사에서 두 페이지를 제외한 모든 부분을 복사(?)하여 출판을 했고, 그 문제의 두 페이지는 다름 아닌 챕터 사이에 끼워져 있는 세계지도와 한국지도 페이지이다. (망구 내 생각이지만 한국과 북한과의 문제, 그리고 세계지도에 나와있는 대만표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전 교재에 비해 새로 사용한 교재는 첫째 시간상의 그리고 내용상으로 가르치는 부담감이 전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매 챕터마다 본문이 고작 4개의 회화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챕터의 어법 설명, 그리고 또 내용 반복을 시키는 연습문제들, 그리고 Review라는 종합 복습부분으로 되어 있어 반복학습을 요하는 외국어 학습에 그나마 충실하지 않았나 싶다. 수업이 매일 있엇던 것도 아니고, 또 학교 수업처럼 강제성을 띄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학생들의 흥미 유발이나 혹은 한국에 대한 감을 잡는 보람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고려해 본다면 이전에 사용하던 교재보다는 훨씬 결과적으로 낫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한국어에서 출판된 교재에 첨부된 회화 녹음 CD를 매수업때마다 틀어주어 죽어라 노가다를 뛰었던 선생 목을 보호하기도 퍽이나 편했던 것 같다. 이전 표준 한국어의 회화 녹음 Tape는, 한명은 한국인 여성, 한명은 조선족 남성인지라... 학생들에게 혼란만 더 주는 꼴이 났었기 때문이다.

영어의 알파벳도 마찬가지고, 일어의 50음도와 마찬가지로 한국어 역시 기초를 시작하기 전에 거쳐야 할 관문이 바로 한글의 자모 부분인데, 개인적으로 가장 기초가 되는 이 부분을 그다지 중시하지 않았다는 것이 내 방법이었다. 기본 자모 발음 中에서 중국어에는 없는 발음이 있고, 또 특히 이중 모음에서는 우리도 지금 사용하지 않는 글자가 많았기 때문에 대게 한글자, 한글자의 정확한 발음 연습보다는, 이런 식으로 발음되어 진다, 라는 감을 심어주려고 했다. 발음 교정은 후에 읽는 방법을 터득한 후에 다시 고쳐도 되지 않겠나, 라는 망구 내 생각에 기인해서였는데, 초기 한글 자모 발음연습 시간이 그리 많을 필요는 없다, 라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떠한 글자를 내놓더라도 읽을 줄 아는 수준까지는 끌어 올려야 한다. (뭐 가끔 한어병음 발음과 한글 자모 발음이 비슷한 글자가 나오는 학생들의 눈이 갑자기 빛나곤 했었다.-_-+)

정식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과정을 배운 것도 아니고, 또 그렇다고 내 한국어 실력이 낫은 것도 아닐 뿐더러 심지어 회화에 있어서도 나는 한국의 표준어를 제대로 구사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었기 때문에 꽤나 애를 먹었었는데, 경험상으론 그런 것 같다. 아무리 반복을 시키고 제대로 된 발음을 들려주어도 결국 얘네들 발음에선 조선족 발음, 그러니까 약간의 북한식 발음이 섞이게 되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지더라고. 지금은 많은 중국인들도 알고있는 그 흔한 인삿말 '안녕하세요' 한번 시켜보시라. 분명 한국식 발음은 기대할 수 있는 이는 몇 되지 않을 것이다. 다른 외국인들 역시도 대게 그렇지 않은가.


75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에 이것저것 제대로 가르치고, 또 그러한 제대로 된 결과를 바라는 것이 내 욕심이었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강제성이 없는 수업에, 내가 이끌어가는 수업이지만 어지간히 학생들 눈치를 봐야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이러한 부족한 점이 있지 않았나 싶다. 또 하나 염두해야 할 점은 중국어의 특성상 글자 하나하나를 불필요할 정도로 신경쓰는 학생도 생기기 마련인데, 발음 문제는 둘째치더라도 문법에 있어서 설명을 해야하기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한국어에 대한 지식이 짧았던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겠-, -ㄹ(을)까요?, -(으)려고 하다 등의 문체는 상황에 따라 중국어 번역이 달라지기 때문에 대게 정확한 고정된 문법적인 설명보다도, 내가 가지고 있는 중국어에 있어서의 경험을 토대로 어감을 설명할 수 밖에 없었던 한계도 있었다. (또 이렇게 따져보면 한국어로 수업을 차라리 하는게 낫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한국어를 가르치는 선생의 입장으로 항상 학생들을 대해었지만서도, 개인적으론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보다도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주고 싶었던 욕심이 가장 컸다. 그리고 요즘 한국에선 어떠한 일이 일어나며 이렇게 때문에 한국인들이 이러하지 않겠는가, 라는 나 역시도 평범한 한국인이기 때문에 중국과 관련된 민감한 사항이 아니라면 대게 평범한 한국인으로써 충실했던 것 같다. 간혹 역사적인 문제, 그리고 한국인이 생각하는 양안문제 등 중국관련 문제는 나 역시도 하고싶고, 얘기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이렇게 생각하고 배우고 있다, 라는 결과만 던져주고 후엔 내 나름대로의 설명을 덧붙인 경우가 많았다. 중국 현행 교육제도상, 그리고 그들이 생각하는 사고관에 따른 한국이란 나라가 퍽이나 왜곡된 점을 발견한 것도 그리 대수는 아니다. 쉬운 예로 일본에 미군이 주둔하는건 이해를 하는데, 한국에 미군이 주둔해 있는건 이해를 못하는 경우.-_-+
(이 날 정말 피빠지는 줄 알았다.-_-;;;)


우야등가 지금 현재 중국인에게 한국이란 나라는 대게가 호의적이다. 다만 미국과 관련되어 있고 또 이전부터 형제의 나라라는 북한과 대치해 있는 정치적 문제만 아니라면 말이다. (사실 젊은 얘들은 이런 문제에는 별 관심이 없다.-_-+) 우리가 생각하는, '원래 그렇다!'라는 주장은 사실 별 설득력이 없다. 독도가 우리 땅이면 고증학적인 방법과 지금 현재 우리는 이렇다, 라는 가시적인 이유를 들어주는게 당연한 도리라 생각한다. 02년 월드컵때 4강에 든 것이 단순히 편파판정에 의해서가 아니었다라는 것을 남에게도 당당히 말해주고 싶으면, 그만한 실력을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단순히 우리가 배운대로, 그리고 생각하는대로 혹은 중국인에 대한 고정관념만을 고수해 나간다면 결국 우리는 그들과 가까워질 수도 없고, 교류를 맺는 의미도 없을 듯 싶다.

고작 알바삼아 중국인에게 한국어 가르쳐놓고 국가대사를 논하거나 망구 내 논리를 펼칠 생각은 없지만서도, 그 경혐을 토대로 내가 얻은 것은 '우리는 뭐가 그리 잘났는데?'라는 반문을 일으킬만한 한국인들의 중국인들에 대한 무시풍조이다.


잠시나마 인연을 맺었던 200여명의 중국학생 아니, 중국 친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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