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h~ blah~

'삼일절'의 재미난 만남.

우리팬 2010. 3. 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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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절'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소시적부터 세뇌당하다싶이 한 교육 덕분에 '일본'이라는 나라 전체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 뿐이지, 내가 알고 있는 일본인에 대해선 별다른 감정이 없다. 아니, 어쩌면 내가 아는 일부 한국인들보다 보다 양심적이고, 보다 예의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줬을지도 모르고. 하여간, 나는 삼일절에 내가 학부때 원어강사였던 일본인 선생님과 같이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나와 나이차도 별로 나지 않을뿐더러, 확실치는 않지만 아직 미혼인 것 같기도 하다.-_-+ (여러 루머들이 나돌고는 있으나, 본인이 확답을 하지 않는 이상, 마음대로 생각할 수 없는 법.) 또 한국생활을 거의 10년 가까이를 했으니...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와 한국어 언어소통도 과히 수준급이라,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여간, 이제 더이상(?) 선생과 제자라는 관계는 아니지만, 왜... 중국 무협물에 종종 나온다는, '一日為師, 終生為父'의 영향인지, 나는 깍뜻이 '선생님'으로 대한다. 뭐, 남들이 뭐라하든 말이다. (어제는 김해공항까지 픽업까지 갔었다능.)

1:1 만남은 솔직히 나 역시도 원치 않는다. 내가 중국에서 유학생활을 할 때, 간혹 학교에 들리게 되면 간단히 식사나 한끼하곤 했었는데, 아우~ 어렵더라고.-_-; 아무리 일어일문학과 학부 출신이라고는 하지만, 나는 여전히 회화에 있어서는 중국어가 편하다. 게다가 아무래도 여전히 선생님으로 대하고 있다보니, 왠지 내가 말하는 일본어에 대해 자신감이 떨어지고, 또 행여나 틀리면 우짜노~ 하는 찌질한 본능이 나오기까지 하다. 고로, 두명을 더 초청했다. 한명은 경영학과 주제에-_- 나보다 일본어를 훨씬 더 잘하는 후배넘이고, 또다른 한명은 왕년에 영어, 중국어, 일본어를 두루 사용했던 선배이다. 일본인 선생님과 그 선배는 이전부터 알던 사이였으나, 세월의 풍파로 인해 인연이 끊어질 법도 하였건만, 그래도 보잘 것 없는 중간 매개자로 인해 정말 오래간만에 만남을 갖게 된다. 

내가 재미있어 하는 점은 바로 이 두분께서... 어떠한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는가이다. 내 기억으로 이전에는 분명히 영어로 얘기를 주고받았다. 이번에도 과연...!? 물론 일본인 선생이 한국어로 얘기를 해도 무방하다. 허나 왠지 그럴 것 같지는 않고... 또 그 선배 역시 결혼, 출산이라는 각고의 과정을 통해 꽤나 많이 까먹었을 법한 외국어를 어떻게 다시 일상생활에 이용할 수 있을지도 궁금하고. 하여간 재미난 모습이 연출될 것 같다, 라는 망구 내 생각.-_-v

그리고 그 후배는... 그 선배와 학번 차이가 무려 10개나 난다. 안면도 없거니와 강산이 변할만큼의 세월을 건너뛴 학번차이다보니, 그 빨빨거림의 후배가 과연 어떤 식으로 대하는지도 사못 궁금해진다. 사실 나도 아직까지 학번이 열개나 차이나는 선배는 만난 적도 없고, 만날 일도 없을 듯 싶다.-_-+ (학부 역사가 그리 길지 않으니.) 아마, 그 후배는 만나는 시간내도록 한국어보다는 일본어를 더 열심히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우히.

이보다 좀 더 재미난 만남은 학부때 이미 치뤘었다. 예의 일본인 원어강사샘과 중국인 원어강사샘, 그리고... 나.-_- 이 셋이 같이 학교앞 고기집에서 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 이야, 차라리 그 곳이 한국이 아니었더라면 부담이 덜 했겠건만, 그리 깊지 않은 관계의 두분의 얘기가 영어로 진행되는 동안에는 마음을 놓았으나, 얘기가 조금 깊게 들어가자 중간에 있는 나를 통해 통역을 하게되는 일들도 있었다. 밥을 먹으러 간 것인지, 회회시험을 치러 간 것인지... 그 당시에는 정말 고기가 코로 들어갈만큼 긴박한 순간이었지비. 이보다는 훨씬 여유로운 만남일 될 듯 싶지만, 그래도 오래간만에 만나는 자리인만큼, 그 기대감은 이로 말할 수가 없다.

간단히 삼겹살에 반주를 하면서 저녁을 먹을 것이고, 그리고 2차로 어디론가 가서 만남의 마무리를 할 예정이다. 간단한 과정이지만, 역시나 세상만사 다 그렇듯, 사람들이 중요한 법. '학교'라는 하나의 緣을 통해 이어진 사람들이 시간이 흘러, 각자의 신분이 바뀌어 이루어진 만남인만큼, 이 역시 세상살이 살만하다, 라는 결과가 나오지 않겠는가. 사람이 살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되는 매개체 역시 바로 '사람'이 아닐런지.


아, 글고보니 나는 이 일본인 샘한테... B+ 이상 받은 적이 없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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