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山 東

중국에서의 장거리 기차여행. (山東 烟台 -> 江蘇 無錫)

우리팬 2007. 8. 12.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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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의 기차여행은 길어봤자 6시간 이내였다. 그래도 소시적 줄기차게 부산<->서울 무궁화를 학생할인까지 받아가며 오지게 오고갔으니... 기차 여행이라는 것이 지긋지긋했었고, 더욱이나 대부분이 나 홀로 기차여행이었으니 장시간을 기차에서 보낸다는 것이 그다지 달갑지만은 않은 여행이었다.

중국 기차를 타고 갈 때, 정말 창밖은 볼게 없다. 거의 똑같을 지경이니.-_-+

00년 7월에 北京발 西安행 침대차(卧铺)에 올랐고, 23시간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자도자도 끝이없는 기차. 어찌나 지겹든지, 어찌나 할 짓거리가 없던지 西安에서 내리곤, 어디라도 구경할 겨를도 없이 바로 숙소를 찾았고, 한 두세시간은 다시 푹 잔 것 같다. 기차안에서도 오지게 잤는데 말이지.-_-;

햐... 나의 휴식공간.-_-v 일행들 눈치때문에, 결국 실내 흡연 포기.

PSP로 영화관람하는 이도 있었고.

중국에서 장거리 여행은 그리 재미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나 혼자라면 내 몸 하나 챙기면 그뿐이고, 또 기차안에서 만나는 중국인들과 이런저런 노가리 까며 시간을 떼울수도 있고, 아님 맥주나 백주라도 한잔하면서 시간을 데우는 기회라도 있음직한데, 중국에서 4시간이 넘는 기차를 혼자 타본 적이 없으니... 흠흠. (혼자라면 돈 좀 들여서라도 비행기를 이용하는 나이가 점차 다가오고 있다.-_-;)

조그나만 정차역.

한적하다고 밖에... -_-=

한적하다 (2). -_-;

2007년 7월 7일에 山东 烟台에서 江苏 无锡로 가는 기차에 올랐고, 普快표라는 사실이 찜찜하긴 했지만, 그래도 卧铺라는 기대를 가졌으나... 왠걸, 에어컨이 없더군.-_-+ 烟台라는 도시는 그대로 해변도시다보니 바람도 많이 불었고, 그렇게 덥다~라는 생각까진 들지 않았지만, 기차에 올라 남으로 남으로 가면서부터는 어찌나 더운지, 게다가 비좁은 공간에 사람들도 많았고, 우째 기차 창문을 열어도 바람이 잘 안 들어오더라고. (들어오더라도 낮시간에는 더운 바람이.-_-+) 암튼 이것부터 문제였다. 20여시간의 거리에, 에어콘없는, 게다가 普快.-_-+

잠시 정차했을 때,

여기서 이것저것 사먹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난다.

그나마 처음 4,5시간은 이런저런 정차역에 설때마다 나름 추억에 빠져보기도 하고, 또 별에 별 나만의 공상에 빠지면서 시간이 잘 지나가는 듯 싶었는데, 저녁을 대강 먹고부터는 어찌나 시간이 아니가시던지, 세월아~ 내월아~ 재미도 없고, 맘 편하게 잠을 청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보니, 그냥 창밖만 멍~허니 쳐다볼 수 밖에. mp3 노래를 들을려고 해도 밧데리의 한계, 읽을만한 책은 이미 트렁크 안에 집어넣은 상태였고... (뭐, 그렇다고 책을 읽을만한 환경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래도... 나름 시간 잘버텨가며 별 사고없이 다시 일주일만에 江苏땅을 밟았고, 게다가 목적지는 나름 나의 제2의 고향이라고 하는 无锡에 안착을 할 수 있었다.



자기 물건 잘챙기라고 그렇게 떠들어 댔건만.-_-;

일행들 숫자가 좀 되다보니 처음 좌석배치부터 시작해서, 이런저런 짐들 문제, 게다가 다른 중국인들과 좌석문제 때문에 이래저래 고생 좀 하다가, 나중에는 아예 역무원들이 와선 山东 방언이 농후한 중국어로 솰라솰라, 일행들 물건 조심시켜라, 역에 정차할 때에는 창문을 꼭 닫아라등등 별에 별 잔소리에 초장부터 진이 다 빠지기 시작했다. 다른건 둘째치더라도, 한국인들은 특히 아해들은 자기 물건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한 것 같더라고. 한 칸마다 그래도 우리 사람 한명씩은 두고 여기저기 옮겨다녀야 할터인데, 가방들은 널부러져 있고, 이런저런 잡다한 물건들까지 기차 안의 침대에 진을 치고 있었으니... 당시 솔직한 내 심정은 '한번 도둑맞고 울어봐라'까지였으니... -_-+ (난 절대 착한 사람이 아니다.-_-v) 뭐, 어쨌거나 별다른 도난사고 없이 잘 내렸으니 되었고. 흠흠.

가면갈수록 정차역 자체가 짜증나기 시작한다.-_-;

사들고온 라면을 하나 까먹고나니, 저녁은 도저히 라면으로 떼울 수가 없겠더라고. 저녁시간 때쯤, 10元이나 하는 盒饭(열차내 도시락) 산다고 식당차를 찾아가는 길에, 일명 软卧라고 하는... 아니, 룸으로 되어 있는 차칸을 발견했으니... 거긴 에어콘도 빵빵하고, 나름 끗발있는 역무원들도 거기서 개기고 있더라고. 아~ 좋더라.-_-+ 사실 따지고보면 에어컨 바람도 가끔 맞아야지 정말 시원하지, 자주 맞으면 그다지 시원한지도 모르는 것이 이기적인 사람들의 심뽀일 듯. 암튼, 식당칸을 찾았고, 朴군과 함께 사들고 돌아가려는데, 건너편 硬座는 거의 아귀지옥이었다. 거기 역시 천정에 선풍기 몇대가 돌아가고 있었고, 이래저래 끼니를 떼우는 사람, 게다가 입석자까지... 헐~ 내가 그속에 몇번 있어봐서 아는데, 거기에 같이 앉아있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닐 듯. 흠흠.

밤 10시부턴 나름대로 시간이 잘갔다. 우리 차칸에 대학생으로 보이는 중국 남정네들도 돌아가면서 한두시간씩 불침번을 서던데, 우리 일행 역시 아무래도 세워야되지 않나 싶어 2교대로-_- 불침번을 섰는데, 朴군과 함께 미리 사들고 들어온 小糊涂神에, 하나 얻은 고추참치로 불침번을 섰으니... 어쩌면 3주동안 나름 직무(?)를 수행하면서 가장 추억깊었던, 맘편했던 4시간 30분이 아니었는지. 흠흠.

나와 함께 백주 한잔, 朴군.

앞으로, 20시간 넘게 중국의 기차를 이용할 일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갈수록 사라지는 녹색기차들이 그리워서 우짜나... 싶다.

APT,공항,논밭말고는 정말 볼거없다.

아, 그리울거야... 녹색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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