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ea

휴지통 빈곤국가.

우리팬 2009. 5. 19.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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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에 엄니랑 같이 은행을 가다가, 나도 모르게 길바닥에 침을 뱉었는데... 뒤에서 오던 아주머니가 나를 보고 대놓고 뭐라한 적이 있었다. 물론 길거리에 함부로 침을 뱉는 일은 나쁜 일이다. 하지만 나름대로 변명을 하자면,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이 아니었고, 차들이 많이 다니는 도로변이었다. 오고가는 차들때문에 목구멍에 먼지가 들어간 것 같았고,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입에 고인 찝찝함을 덜어내기 위해 침을 뱉었다. 이런저런 어린아이의 상황도 모른채, 단지 길거리에 맘대로 침을 뱉는 버릇 나쁜 아이로 몰아넣은 아주머니는 한바탕 잔소리만 한 채 유유히 사라졌다. 차라리 그때 울 엄니의 대처가 낫았던 것 같다. 자기 아이만 귀하다고 "당신이 뭔데 내 아이보고 이러니 저러니~" 라면서 한바탕 싸웠다면 백주대낮에 한바탕 꼴사나운 광경이 펼쳐졌을 것이다.

그때 기억이 그래도 가슴속에 박혔는지, 그 이후 나는 쓰레기를 대놓고 버린 적이 없다. 대놓고 버린 적이 없다는 소리다. 그러니까 어지간하면 휴지통을 찾아 버릴려고 했고, 부득이한 경우에는 구석탱이나 다른 쓰레기들이 뭉친 곳에 조심스레 버리곤 했다. 이런 버릇 때문인지, 나는 길거리에 놓인 휴지통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_-;

나는 중국에서 4년 정도 유학생활을 했었고, 또 일본에도 단기로나마 연수를 세번 정도 다녀온 적이 있다. 한국에서 마찬가지로 빨빨거리며 돌아다닐 때마다 휴지통이 신경쓰이는 것은 당연했다. 한국인들이 그렇게 더럽다고 괄시하는 중국에서도, 한국인들이 그렇게 싫어하는 일본에서도... 공통점은 도로변이나, 길거리에 놓인 휴지통의 수가 한국보다 월등히 많았다. 처음엔 그려러니 했는데, 언젠가부터는 한국이 공공 휴지통에 대해 너무 인색한 나라가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어디 도로변 뿐일까나......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쓰레기 종량제니, 분리수거라는 귀찮음을 피하기 위해서...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공공 휴지통에 아무렇게 쓰레기를 버리기 때문에 꼭 필요한 장소가 아니라면 괜히 공공 휴지통을 나둘 필요도 없고, 또 그럼으로써 거기에 드는 인건비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간단한 이치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휴지통 실종에 대해선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휴지통이 없으면 길거리에 버릴지도 모르며, 길거리가 뭐~하면, 눈에 듸는 하수구에 넣고 유유히 떠날지도 모른다. 뭐 작은 쓰레기들은 뭐 그렇다고 치겠지만, 재활용이 가능한 음료수 빈병이나 캔들은 어디까지 들고다녀야 한단 말인가.

히로시마 혼도리 부근 도로변.

히로시마에서 나름 인상깊게 봤던 것이 바로 흡연지정 구역이었다. 그러니까 시내를 돌아다니는데, 재떨이가 달린 휴지통이 있는 곳에서만 흡연이 가능했다. 그래서인지 담배를 입에 물고 다니는 사람도 거의 보지 못했고, 자주보인 휴지통들 덕분인지, 길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들도 거의 없었다. (뭐, 중국처럼 심심하면 환경미화원들이 오고가며 청소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내가 일주일전부터 금연을 해서가 아니라-_-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곳, 시내같은 곳에서는 일정구역을 아예 흡연구역으로 지정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듯 싶다. 담배 피는 사람도, 누군가 앞에서 뿜어내는 담배연기 무지하게 싫어한다.-_-; 또한, 그런 사람들이 결국 담배꽁초를 버리는 곳은 휴지통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에 휴대용 재떨이를 들고다니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군산 터미널 근처의 버스정류장 모습.

내가 살고있는 부산에서만 그런게 아닌가, 도 싶지만... 작년 가을에 전북 군산에 갔을 때도 시내 도로변에 휴지통이 없어서 짜증이 났던 적이 있었다. 날이 더워서 생수를 사들고 돌아다녔는데, 생수 빈병을 버릴려고 또다른 가게에 들어가서 물건을 사면서 버려야만 했다.-_-; 설마 휴지통 수를 줄인게 소비를 부추기기 위해서는 아니겠지비?-_-;;; 아니, 적어도 사람들이 모이고, 기다리는 버스정류장이라도 있었음...싶다. (물론 버스정류장에 휴지통이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것도 있고... 심지어 그냥 구청에서 내놓은 커다란 쓰레기 봉투 있는 곳도 있더라.)

부산 양정 근처에서 만난 반가운 쓰레기통.-_-;

언젠가 내가 아파트를 나서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공공 휴지통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봤다. 원래 사거리 신호등에 담배꽁초용 휴지통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젠 그것도 없어졌고... 지하철역까지 가서, 표를 끊고... 지하철을 타러 내려가야지 만날 수 있더라고.-_-+

새벽 3시가 넘으면... 아파트 단지 주변에서 대나무 빗자루 쓰는 소리가 들린다. 그저 환경미회원들의 노고에 감사의 말씀을 드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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