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ea

비오는 날의 버스 안내방송은 꼭 필요하다.

우리팬 2009. 4. 21.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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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안내방송'이라는 것을 글로 쓰면 당연한 일인데, 어찌 실생활에서는 이런저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웃음이 나오긴 하지만서도. 먼저 예전에 있었던 일부터.

군산버스는 교통카드 기계가 여기 붙어있더니만.

자막으로 하는 다음 정류장 안내.

언젠가 군산에 갔을 때의 일이다.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내려, 겨우(!) 군산대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부산처럼 안내방송이 나올 줄 알았는데 왠걸... 이 동네는 안내방송을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보는 표지판으로 하고 있었다. 첨에는 그냥 그려러니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부쩍 신경이 쓰이더라고. 처음 간 곳의 첫날이기도 했고... 또 당시 핸펀으로 소설을 읽고 있었던지라, 대강 방송 자막이 오를 때쯤에 힐끔쳐다보고 힐끔쳐다보고... 그랬는데, 아뿔사... 결국 지나쳐 버린 것이었다. 나중에는 아예 군산대는 시외에 있겠지... 라는 생각에 배째라까지 했으니. 결국 나는 그 버스의 종점까지 갔었고, 어느 한적한 논밭이 있고, 가정집이 있는 곳에서 내려... 기사 아저씨와 담배 한대푸고-_- 다시 군산대 앞으로 향할 수 있었다.

오늘 얘기. 광안리에서 그래도 20년 넘게 탄거 같은 83번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비도 만만치 않게 왔고, 어지간히 저녁에 다되어 가는 늦은 오후인지라 슬슬 어두워지고 있었다. 낮이라고 해도 별 상관없을터이다... 비가 오게되면 버스 내부는 습기때문에 창문밖이 보이지 않게 된다. 뭐 그거야 그려러니 했는데... 역시나 책을 꺼내 읽으면서 세월아~ 내월아~ 집으로 간다고만 생각했는데, 왠 아저씨가,

아저씨, 방송 좀 크게 틉시다!

처음에는 무슨 일인지 모르고, 그냥 그려러니 하고 넘어갔다. 그러다가 하차하는 손님이 환승위해 마이비 카드를 찍자 아리따운 언니야 소리가 나왔는데, 아까 큰소리 친 아저씨는 "이제 나오네."... 하고 안심하는 모양이었다. 어랏, 그 소리랑 그 소리가 다를터인데?

별로 주의깊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 버스는 안내방송이 애초부터 나오지 않고 있었다.-_-; 어랏? 83번 버스야... 처음 생겼을 때부터 타고 다녔던 버스인지라 익숙하다 생각하고 혹시나 싶어서 창문을 살포시 손으로 문지르고 밖을 봤더니만... 으윽, 내가 내릴 정류장을 지나쳐 버렸던 것이다.-_-; 남의 얘기할 때가 아니군. 그나마 다행인 것이, 이 버스는 종점이 하나밖에 없는, 다른 한 종점은 순환 정류장이기 때문에 서면을 지나, 부전시장 한바퀴 돌고 다시 서면으로 돌아가면서 운행하는 버스인지라 집으로 가는 길은 별 상관이 없었다. 그런데...

아니, 비도 오고 그러는데 왜 방송을 크게 안 트는거요?

사실... 버스를 타고다니다보면 아저씨나 아줌마들이 기사 아저씨랑 시비가 붙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대게 보면 기사 아저씨 잘못이라기보다는 아저씨나 아줌마들이 오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좀 다르네? 정말 비오는 날에 안내방송이 안 나오니까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기사 아저씨는 나온다고, 나온다고 하면서 운전을 하시는 것 같지만, 사실 뒤쪽편에서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비도 이렇게 오는데 방송이 안 들리면 되나?

이제는 중간쯤 되는 곳에 앉은 아줌마도 한 수 거들었다. 그렇다고 옷이나 손을 문질러서 바깥을 확인하면서 가는 것도 할만한 짓은 아니더라만. (나는 창밖에 뿌옇게보이는 큰 건물을 보고서야 내리는 정류장을 짐작했지만서도.) 하여간 세네명의 아저씨, 아줌마가 불평하는 가운데... 기사 아저씨의 한마리 외침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아니, 비가 와서 안 안들리는건데... 와요!~

비가 오면 정말 버스 안의 안내방송 멘트가 잘 안 들리나?-_-; 비가 와서...!? 버스 앞쪽과 중간에 설치된 교통카드 인식기에선 열심히 언니야가 떠들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하차입니다." ...

사실 버스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해프닝이야... 더 재미난 것도 많지만서도, 안내방송하는 기계가 잘못됐든지하면 이래저래 이해는 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서도, 난 그냥 기사 아저씨의 그 한마디 부르짖음이 사못 흥미로웠다. 비슷한 변명했던, 하고있는, 할 것같은 여러 사람들이 생각이 나더라. 기본적인 것도 모르면서 택도 아닌 변명을 일삼는 여러 부류들.


언젠가부터 버스에 재미난(?) 문구가 붙어있었는데, 운행중일 때 내린다고 미리 출구쪽으로 나가면 위험하니, 하차벨을 누르고 버스가 정차하면 내리라는 글이다. 또한 안내방송으로도 해주는 것 같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렇게 했다가는 출구 자동문 두르리면서 "아저씨~"라고 외쳐야 하는 상황이 적지 않다. 그래서 불편하지만 그래도 굳이 출입구쪽에 가서 하차벨을 누르게 되는데... 나이 드신 분이나 행동이 불편하신 분들은 또 어떻게 하라고... 원참.

뭐 당연한 얘기지만서도, 그렇다고 버스 기사 아저씨들이 불친절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환승제가 실시되고부턴 인사 꼬박꼬박하는 아저씨들이나 내릴 때도 인사하는 아저씨들을 적지않게 보아왔다. 사실 운전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운전하고 있는데 옆에서 이러쿵 저러쿵 떠들면 정말 정신머리 사납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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