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ea/→ 경 남

오래간만에 찾은 부산역 근처의 상해거리(上海街)와 '라조기밥'.

우리팬 2009. 6. 3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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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에나 넓은 땅이 중국이고, 게다가 세계 각국에 화교들이 퍼져있다보니... 이 민족들이 만들어 낸 음식들의 종류는 정말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나는 우리나라 화교들이 만든 일명 '한국식 중화요리'에 대한 어느 정도의 자부심은 가지고 있다. 왜냐, 맛있잖아.-_-;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진 중화요리, 분명 중국 본토인들이 먹으면 처음엔 어색하겠지만... 싫어하는 사람보다는 좋아하는 사람이 많을거라는 추측을 살포시 해본다.

부산에서 부산진역, 초량, 그리고 부산역 건너편의 상해거리(上海街)까지에 걸쳐 많은 화교 식당들이 있다. 어지간한 식당에는 모두 간판에 '華商'이라는 글자가 찍혀있을 정도. 몇몇 고급스러운 곳을 제외하면... 어지간한 동네 중국집과 메뉴는 별반 차이는 없지만, 그래도 이 동네에 오면 왠지 모르게 좀 더 중국스러울 것이다, 라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인지, 호기심 하나만이라도 가게에 발을 들여놓게 만든다.

나는 한국에서 '餐廳'이라는 글자를 처음 봤다.-_-;

나도 인터넷에서 알게된 어느 식당을 단골로 삼은 적도 있었다. 일명 모듬 깐풍기, 정식명은 해물 깐풍기의 무지막지한 양과 맛에 매료되어 몇몇 지인들을 이끌고 종종 찾아갔었다. (올해부터 양이 줄은 관계로-_- 요즘은 거의 갈 일이 없다.) 게다가 넉살좋은 사장님과 같이 술도 같이 하다보니, 그 인정 때문이라도 더욱 찾게되더라고. 그럼으로 인해 또 '화교'에 대해 내가 모르던 일화도 몇개 들을 수 있었다. (이 사장님은 625 무협 산동성에서 건너왔다하고, 워낙에 주당인지라 식사시간이 끝난 후에 술병을 들고 홀로 나와 손님들과 한잔씩 하곤 한다. 게다가 기분에~ 직접 담근 술이나 메뉴에 없는 색다른 음식들을 서비스로 제공하기까지도.)

원래는 이번 주말에 얼핏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는 '닭가슴살 냉채구이'라는 메뉴를 먹기 위해 초량을 찾았다. (이건 그냥 일반 식당에서의 별미메뉴이다.) 날도 후덥지근하고, 색다른게 먹고싶길래 마침 떠오른 이 별미가 생각이 나서 찾아갔는데 왠걸... 정확한 위치도 몰랐고, 게다가 근처 식당들이 거의 다 주말 휴업중인지라 결국 포기, 도보로 신나게 걷다보니 어느새 부산역 건너편의 상해거리에 도착해 있더라고. 이 동네는 예전에는 종종 찾았었다. 서울 명동에 중화서국(中華書局)이라는 곳이 있었는데, 대만에서 들어온 서적이나 음반등을 팔고 있는 곳이었다. 부산에도 없을까 찾아봤는데... 규모는 작지만 그래도 어느정도의 상품들을 구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동네를 주말마다 찾은 기억이 있다. 그때는 참 징하게 왔다리 갔다리 했는데... 그 곳이 없어지고부터는 거의 발길을 끊어버렸다. 또한 내가 실제로 중국도 오고가고, 또 후에는 인터넷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내가 원하는 자료를 찾을 수 있다보니... 뭐, 이제는 그때의 빨빨거림도 당연히 없어진 것. (여기서 파는 노래테입이 얼마나 비쌌던지.-_-;)

그래도 그 동네, 이전보다는 중국집들이 많아진 것 같았다. 언제더라... 대학 졸업 무렵쯤이었나, 외지에서 온 동호회 사람들과 함께 이 곳에 있는 어느 화교식당을 찾았는데, 그집 사모님이 딱 깨놓고 말하길, "이제 여기 화교들이 장사하는데 없어요."라는 말을 듣고 엄청난 실망을 한 적이 있다. 하기사, 화교들이 살기가 가장 척박하다는 나라가 또 우리나라가 아니던가. 부산은 더더욱 그렇다 하고. 그래도 오래간만에 찾아갔더니 예전에는 거의 학생이 없을 것 같던 화교 학교의 땟깔이 변해져 있었고, 또 얼마전에는 화교 유치원까지 새로 생긴 모양이었다. 또 왠지 이전과는 다른 활기도 느낄 수 있었다. 아마 외지에서 찾아온 사람들이 군데군데에서 띄었기 때문이 아닐까.

신나게 걸었으니 여기까지 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해야 했다. '밥묵자!' 이 많은 식당들 중에서 어디로 가야한단 말이냐.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중국집에서 먹기로 했다. 그러나 당췌 어디...?-_-; 식당가의 시작하는 부분에 탕수육 10,000원, 2인 세트메뉴 20,000원(탕수육,류산슬,쟁반짜장) 하는 곳이 있었다. 가격 참 착하더군. 여기로 갈까? 근데, 이 식당은 후덥지근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에어컨도 안 켜놓은 것 같더라고. 그래서 거기서부터 갈만한 식당을 찾기로 했다. 내가 알기론 이 동네의 일명  華商 식당들... 세네군데를 제외하곤 다 거기서 거기다. 그 세네군데의 나름 고급스러운 식당이라고 해도 그다지 별 볼일은 없더라고. 가격만 비쌌지, 그렇게 맛난 것도 아닌지라... 일단 가격에 맞추어 들어가기로 했다.-_-v 꽤나 오래전에 이 곳의 유명 중화요리 레스토랑에서 궁보계정-_-;;; 그러니까 맥주 안주로는 금상첨화인 꿍빠오지띵(宫保鸡丁)을 먹은 적이 있었다. 햐... 정말 먹고 나오는 길에 뒤가 찜찜해서 돈이 아까운 적은 처음이었을 정도.-_-;

땀이 비오듯 흘러내렸던지라 귀차니즘에 사진을 찍진 못했는데... 요즘 간간히 보이는 양꼬지(羊肉串) 가게도 있었고, 또 역시 한국에서는 본 적이 없던 '啤酒屋'라는 이름을 단 호프집도 있었다. 흠. 우리는 밥이다. 밥이 목적이다. 결국 왔던 길로 되돌아갔고, 다시금 그 탕수육 10,000원짜리 집근처에 얼씬거렸다. 배는 그다지 고프진 않았다. 단지 뭔가 색다른 별미가 먹고싶었다. 그 가격대 착한 집을 들어가자니, 건너건너편에 있는... 왠지 모를 땟깔 좋은 식당이 자꾸 눈에 걸리더라고. 게다가 상호명에 華商이라는 글자보다는 '北京'이라는 글자가 눈에 탁 띄었다. 어랏? 어지간하면 그 동네 상호명들은 그래봤자 장춘(長春)이나 대만, 홍콩쪽 지명들이 눈에 잘 띄었는데... 중남해(中南海)라는 식당을 제외하곤 베이징(北京) 이름을 단 곳은 그 곳이 유일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일단 들어갔지비 뭐. '우리가 돈이 없나 시간이 없나~' 라는 무대뽀 정신으로.-_-v

들어가니 왠 아저씨들이 테이블 위에 빈 소주병 4병을 올려져 있는 상태로 얘기를 하고 있었다. 많이들 시켜 드셨더니만. 처음에는 그냥 아저씨들이구나... 했는데, 나중에 다시 거리에서 그 중 한명이 통화하는 모습을 봤는데, 핸드폰이 중국꺼 같더라고.-_-+ 나중에서야 제대로 확인했는데, 그 근처 중국식 옛날빵을 파는 가게에서 그 아저씨와 사장 아줌마가 얘기하는걸 들어보니 대륙에서 온 것 같았다. 그 가게에 안에서 한창 빵을 고르고 계산을 하는 나를 보고 뭐라뭐라 하는데... 아직 우리를 학생으로 봐줘서 참으로 고마웠다.-_-v 사실 그 대화에 살포시나마 끼고 싶었다만... 흠흠. 하여간 이 식당... 분명 여느 식당보다는 분명 땟깔이 좋았다. 깔끔하게 보이기도 했고. 근데 메뉴판 첫장에 있는 코스메뉴의 가격을 보고 질겁을 했다. 헐... 무슨 그리 크지 않은 식당에 호텔 중화요리 레스토랑 가격의 코스메뉴까지 있었으니 얼마나 놀랬겠는가.-_-;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짜장면 한그릇 가격이 6,000원.-_-; 몇년전 상황이라면 얼굴에 철판깔고 나가는 일은 생각치도 못했을테지만, 양심적으로 이 가격주고 뭔가를 기대한다는게 너무 무모한 것 같아, 미안하다 말을 하고 그냥 나가버렸다.

결국엔 가격대 착한 식당으로 이동.-_-; 짜장면 3,000원.-_-v 우리가 고른 메뉴는 역시나 색다른 메뉴였다. '라조기밥'과 원보면(元寶麵). 뭐 일단 한번도 먹어본 적은 없는 것이니. 라조기밥은 그냥 그려러니 하고 시켜봤다. 그냥 약간의 양념국물을 더한 라조기를 밥위에 뿌린 盖浇饭(덮밥) 정도가 아닐까나. 뭐, 예상은 적중-_-v 그럭저럭 먹을만은 했는데... 두번 다시 먹기는 좀.-_-;;;

6,000원짜리 라조기밥.

내가 시킨 원보면(元寶麵)은 나름 이 집의 특색메뉴인 듯. 왜냐하면 이 식당의 이름이 金元寶였는데... 이 곳의 이름을 따서 만든 면이 아닐까나 추측이 되더라고. 근데 이게 또... 어디선가 먹어본 것이더라고. 그러니까... 예전에 위에서 언급한 자주갔던 화교식당에서... 언젠가 그 곳 사장님과 같이 술을 한잔했는데, 그때 배고프지? 하면서 주방으로 들어가시더니... 후다닥 만들어온 메뉴판에 없는 면이랑 비슷했다. 간단하게 말하면 간짬뽕 정도. 약간 매운 양념에, 이런저런 해산물을 넣고 만든 중국식 스파게티 정도라 해야하나?-_-; 그럭저럭 먹을만 했지비 뭐.

4,500원짜리 원보면(元寶麵).

이 날은 날도 후덥지근허이 더운 날이었는데다, 바람도 제대로 불지 않아 상당히 더위에 민감해 있었는데, 에어컨도 틀지 않은 곳에서 먹다보니... 후다닥 먹고 그냥 나와버렸다. 그 짜증나는 더위로 인해 간만에 우리 동네로 가서 시원한 맥주 한잔을 해야했고. 흠흠.

5월인가... 아파트 게시판에 이 곳 상해거리에서 차이나타운 행사를 한다는 포스터를 본 적이 있었다. 그래도 이  거리를 활성화 시켜서 예전의 명맥을 잇든지, 혹은 관광객을 유치하려는지는 잘 몰라도... 분명 잘만 꾸미고 유지한다면 나름대로는 부산의 명소가 되지 않을까도 조심스레 생각을 해본다. 물론 분명 그렇게 할려면 조금은 무서워보이는-_- 러시아쪽 거리쪽도 좀 정비를 해야할 것 같고.

담에 또 이 곳을 찾으면... 중국 옛날빵집에 가서... 엄니 좋아하시는 꽈배기나 사와야겠다. 헐~


아무리 한국식 중화요리도 좋고, 나름대로의 자부심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중국색깔 진하게 나는 음식들이 생각날 때가 있는데, 부산에선 아직 이런 곳을 찾을 수가 없으니 살포시 아쉽기도 하다. 부산이나 김해에 있는 조선족이 운영하는 곳을 가서 먹어보기도 했지만서도, 그래도... 그래도. 요즘은 이상하게 남방요리들이 확 땡긴다우. 왠일?-_-;

이 날 디카가 없어서 200만 화소짜리 PDA폰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질감이 참으로 안습이구마이.-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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