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今.生.有.約./→ 雜感

정말정말 별거 아닌 '헤야'라는 어느 술집에 관한 이야기.

우리팬 2009. 8. 26.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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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친지 한명과 친구 한명을 같이 만났다. (이래저래 복잡하게 설명할 것도 없으니 그냥 쉬운 말로 '친지'라고 해두자.) 평소엔 그다지 갈 일이 없는 남포동에서 만났고, 또 오래간만에 간 남포동이었던지라... 이래저래 저녁을 어디에서 할까 하는 걱정을 할 새도 없이 그냥 송도의 장어구이 하는 골목을 찾았다. 남포동 시내에서 택시를 타고 기본요금이면 갈수 있는, 그러니까 송도 방파제 혹은 등대가 있는 그쪽 골목이다. 여길 종종 '접대용'으로 써먹은 적은 있었는데, 이 날은 접대라기보다는-_- 그냥 원래 생각했던 '족발'에서 주말이라 사람이 많은 관계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치이기가 여의치 않아 갑작스레 목적지가 바뀐 것 밖에 없다. 아, 많이 비싸졌더군. 아니, 이 곳뿐만 아니라... 얼마전에 종종 갔던 민락동 활어회 센터의 가격도 많이 올랐더라고. 요즘은 '비싸졌다'라는 것이 당연해진 것 같다. 오래간만이라고까지도 할 것 없는디, 그새... 올랐다라고 하면 단지 변명이 되어버리나.-_-+

이 곳 역시 주말이었던지라,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내가 송도 장어구이 골목을 처음 찾은 것은 2000년이었고, 2008년 5월에서야 두번째로 찾았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한국서 꽤나 오래 생활을 한 일본인 샘들을 데리고 뭔가 색다른데를 찾는다고 여길 다시 찾았었고. 그래봤자 고작 세번이지만, 그 세번을 오고가면서 시간을 잘 맞춰(?) 가서 널널허이... 조용허이 장어구이에 소주 한잔을 걸치곤 했는데, 이 날은 주말도 주말이거니와 시간도 제법 늦어서인지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굉장히 많았다. 서빙하는 아줌니가 주문을 제대로 못 받을 정도로, 그리고 우리끼리 얘기가 잘 안 들릴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던... 일명 '보떼기 시장'이었다. (여긴 시간만 좀 이르게 가면 남항대교를 봐라보며 느긋허이 달콤한 장어 굽는 냄새와 함께 속닥허이 소주 한잔 걸칠 수 있는 곳이다.)

'술'을 목적으로 사람들이 만나는게 없는 것은 아니지만서도, 그래도 '앉아있는 자리'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그 불편한 자리에서 그래도 양심적으로 시켜줘야하는 '인분수'를 채워주고 일어났는데... 결국 원래 코스인 남포동으로 돌아와야만 했지비. 사실 나는 누굴 만나든, 또 어딜 가든, 혹은 뭘 먹든지 간에 '돈을 내고 먹는 곳'에 대한 계획은 대강 잡고 들어간다. 오늘 누구를 만난다, 밥을 먹는다, 혹은 반주를 할지도 모르고, 술을 제대로 마실지도 모른다...라고 생각을 하면, 가장 먼저 '어디서 먹는다'라는 계획은 잡는 것이 습관이 되어있다.-_-+ (물론 이건 내가 지금 서식하고 있는 동네에 한정된 얘기이다. 사실 이건 중국에서 유학하면서 감투 때문에 생긴 직업병인 듯.-_-;) 이 날도 역시나... 내가 나름 좋아하는 곳, 딱 2차하기 좋은 곳인 선술집을 찾아갔건만... 아~ '주말 사람 만빵'이라는 공식으로 인해 그 곳을 찾게 되지 못했지비.

11시가 약간 넘은 시간이었는데, 요최근 평소 남포동을 자주 찾았던 것도 아니었고... 갈만한 곳이 어디인지도 잘 몰랐던 상황이었던지라 (정말 그 선술집 가고 싶었는뒈.-_-;) 그냥 생각나는데로 예전에 가본 적 있는 술집이 아직 남아있을까... 하는 생각에 무작정 찾아가봤다. 이름하야 '헤야'. 간판이름이나 메뉴는 일식같은데, 여기도 따지고보면 정통 일식 주점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그래도 분위기는 괜찮은 곳. 여긴 체인점은 아닌 것 같다. 부산에서도 단지 남포동의 1호점, 그리고 장사가 잘되어 2호점까지는 본 적이 있어도, 다른 동네에선 본 적이 없었다. 내가 여길 처음 갔던 것은 01년 말엽, 혹은 02년 초반 정도라 기억된다. 그래도 중학교때까지는 부산의 시내라고 하면 남포동이었는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남포동'이라는 곳이 갈수록 멀어져버렸다. 당시 내가 쫓아다녔던 처자가 이 동네 근처에 살았는데, 같이 술한잔 할려고 따라갔던 곳이 바로 '헤야'였던 것.

근데 정말 웃긴 것은... 지금 생각하고 쪽팔리기까지 하지만, 그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일본어의 '헤야(へや)'라는 것이 우리말의 '방'을 의미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한자가 '部屋'이었던 것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헐... 거의 학부 졸업말엽이었는디... 일문학도 출신으로써는 쪽팔리기 그지 없는 일이 아니던가.-_-+ 이게 바로 기초부족인 것을... -_-;;; 우리 말로 바꾸어 얘기를 해보자면, 한자를 몰라도 한국말 할 줄 안다고 생각할 순 있지만, 제대로 한국말을 할려면 외국인으로써 어느 정도의 한자를 알아야 하는 법인데... 한자가 자연스럽게 쓰이는 일본어인데, 그걸 배우는 일문학 학생이 이런 기본적인 단어의 한자를 몰랐으니, 얼마나 스스로 쪽팔리는 일이었겠는가.-_-+

사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두번째로 이 곳을 찾게 될 때에도 '오빠야 헤야가자.'하는데, 이때까지도 이 '헤야(へや)'라는 단어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 라고해도 무방할 정도였다.-_-+ 지금 돌이켜보면... 나 역시도 이후 접했던 일본인 아해들과 대화를 할 때, '방'이라는 어휘를 '헤야(へや)'보다는 '루무(ル―ム, Room)이나 '바쇼(場所)' 혹은... '도코로(所, ところ)'라는 어휘를 더 자주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그렇다, 이건 변명이고 핑계다.-_-+) 허나, 이 단어는 일본어 초급자라면 당연히 알아야 할 단어인데, 졸업이 얼마 남지 않는 내가 한자를 몰랐으니... 어찌 아니 쪽팔릴 수 있었겠는가.-_-;

그 이후, 이 곳을 두어번 찾은 기억은 있는데,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屋'자와 관련된 어휘를 사전이나 책자등에서 찾기 시작했다. 일본어를 공부해본 이라면 어느 정도 접해봤겠지만, 여기 관련된 어휘, 그리고 현재 일상회화에도 쓰이는 단어들이 적지가 않다. 내딴에는 단지 '쪽팔린다'라는 생각 때문에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여기 관련 단어만 나오면 설령 중국어라고 할지라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쳐다볼 정도로 바뀌어져 버린 것이다.-_-; (중국어 단어에도 '屋'가 쓰이는 곳이 좀 있지비.)


그냥 술 마시고 나가는 곳이 술집이라고 알고는 있지만, 또... 요즘 시내에만 가면 버젓이 히라가나로 된 간판이나 인테리어를 일본풍으로 만든 곳이 눈에 띄이지만, 다른 곳은 둘째치더라도... 오래간만에 이 곳을 찾으니, 딱 그때의 그 '고생'이 생각이 나더라고. 아마, 어쩌면... 내가 중국이나 일본을 돌아다닐 때 여러 종류의 상점들, 그리고 시내 곳곳에 있는 간판들을 유난히 많이 디카로 찍어놓았던 것도 이때의 일 때문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종종 중국에서... 한창 중국어에 향학열을 올리는 아해들에게 얘기했던 것들 中의 하나가, "간판 글자 하나라도 놓치지마라. 모르는 한자 하나라도 있으면 디카로 찍어놔라. 학교서도 안 가르쳐주는거다."라고 했을 정도니.-_-;)

별거 아니지만 이런 에피소드를 만들어준 곳을 오래간만에 찾았고, 이곳에서 질펀허이... 한잔하고 귀가했다. 예전에 내 앞에 있었던 처자가 마셨던 슬러쉬던가... 하여간 얄리꾸리한, 또는 일명 '사와'라고 불리우던 술은 구경도 못하고, 또 시켜보지도 않았지만... 그때 이 집을 찾았을 때 당시에는 별에 별 생각이, 만감이 다 교차하더라만.

장소는 그대로지만, 사람은 다르다... 라는 말, 이 말 정말 오랫도록 겪어야만 하는 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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