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今.生.有.約./→ 雜感

내가 가진 세가지 슬리퍼 이야기.

우리팬 2009. 7. 21.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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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슬리퍼가 세켤레나 된다. 무슨 슬리퍼를 애용하는 넘도 아니고, 슬리퍼를 신고 할만한 일도 없다. 셋 다 당시에 필요에 의해서 사게는 되었는데, 워낙에 '물건 버리는 일'을 잘 하지 못하는지라... 06년, 07년, 08년에 각각 한켤레씩 산 것이 모두 세켤레가 된 것이다. 웃긴건... 우리집 신발장을 뒤져보면 나의 세켤레 슬리퍼를 제외하곤 하나던가, 두개밖에 없다. 고로, 우리집에서 슬리퍼를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은 바로 나.-_-v (뭐... 자랑은 아니지만서도.) 사실 따지고보면 가족들이 슬리퍼를 신고 어디 외출하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래도 나의 슬리퍼들은 간단하게나마 신고 아파트 복도라도 나갈 수 있는 편리함 때문인지, 이 넘들의 위치는 신발장이 아니라 현관문 앞에 널부러져 있다.

하나는 쪼리 슬리퍼이다. 06년에 짱시성(江西省) 여행을 앞두고, 백화점의 '니케(Nike)' 코너에 가서 나름 가볍도 착용감이 편한 것으로 고른 것이다. 뭐... 가격은 우리돈으로 2만원 가까이. (글고보이 요넘이 가장 비싼 넘이구마이) 스펀지인 것 같기도 하고... 또 아직까지는(!) 쪼리끈이 끊어지진 않았기 때문에 종종 요넘을 신고 외출을 하기도 한다. 대게 무더운 여름이나 혹은 비바람이 몰아칠 때... 슬리퍼의 활용도는 더욱 빛이 난다. 다만, 몇일 전 어느 비오는 날 핸펀 수리를 위해 시내에 있는 A/S 센터를 방문할 때도 신고 나갔다가... 지하도에서 바닥이 미끄러워 넘어질 뻔 했다. (그래도 순발력은 있다고 넘어지진 않았는데, 하마트면 장가 못갈 뻔 했을지도.-_-;)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또 엇비슷한가보다. 그래도 메이커라고... 바깥에 신고 나갈 때는 본능처럼 꼭 이 넘을 이용하게 되는데, 비오는 날엔 조심할 수 밖에 없다는 것.

두번째 슬리퍼는 국민 슬리퍼라고까지 칭송(?)받는 삼선 슬리퍼, 일명 삼디다스 슬리퍼이다. 연구실에서 꽤나 장시간 짱박혀 있었던 기간이 있는데, 도저히 당시엔 운동화 신고는 장시간동안 책상앞에 앉아있을 수가 없더라고. 그렇다고 신발 벗고 작업을 하다가, 화장실이라도 갈 때면 다시 운동화를 신어야 하는 불편함을 버티기는 버거웠다. 그래서 학교 앞 팬시점에서 2,500원인가?를 주고 샀다. 나야 싸다고 그냥 별 생각없이 샀는데, 이 슬리퍼... 정말 신고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게다가 몇몇 처자들은 남색이 아닌 분홍색-_- 오홍... 하늘색과 보라색도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그때는 몰랐는데, 이 슬리퍼가 가장 신고다니기 불편하다. 재질 때문인지 신으면 발등이 까실거리는 것이... 요즘은 어지간하면 신고다닐 일이 없다.

마지막 슬리퍼는 후배들을 모시고(!) 중국에 어학연수를 가서 급하게 구입했다. 아무래도 짧지 않은 시간동안 한 곳에 머무르게 되면 이래저래 쓰일 용도가 많은 것이 슬리퍼인데, 출국 전에 미리 슬리퍼를 깜빡하고 챙기지 못했었다. 아니, 중국 마트에 가면 우리돈으로 1000원도 안하는 슬리퍼들이야 널렸으니까, 그냥 신고 귀국할 때 버릴 맘으로 산 것이다. 이거 얼마 줬더라... 아마 그 당시 환율로 치면 우리돈 700원이 채 안 될 것이다. 처음에 신었을 때는 이게 슬리퍼인지 아님 그냥 맨날에 붙이는 부스러기인지 구분이 안될만큼 가볍고 편했다. 근데 중국에서는 신고다닐만한 디자인인데, 한국에선 좀 그렇더라고. 그래도~ 나중에 다시 중국을 찾았을 때, 그리고 일본에 갈 때도 요넘은 챙겨갔다. 따지고보면 세 슬리퍼 中에 이 넘이 제일 맘에 들긴하다.

첫 쪼리 슬리퍼는 나름 의미도 있고, 또 가격도 가장 비싼 넘이다. 게다가 이 슬리퍼를 신고 贵溪, 武昌, 杭州를 누비고 다녔으니 얼마나 많은 추억거리를 밟아왔겠느냐. 근데 쪼리 슬리퍼라는 것이 언젠가는 쪼리끈 부분이 끊어지기 나름이다. 나와 같이 산 언니야도 이미 끊어진지 오래. 그리고 얼마전에 미끄러질 뻔한 봉변을 당한 이후로... 비가 오는 날엔 지레 신기가 겁나진다.

두번째 삼디다스 슬리퍼는 남들 많이 신고 다니는 슬리퍼라 그런지 왠지 신기가 꺼림직했다. 아니, 연구실에 있을 당시에야 편함을 목적으로 신을 수 밖에 없었지만, 집에 둔 이후로는 신기가 꺼려지더라고. 신고 좀 장시간 걷다보면 발등이 까지다보니.-_-; 남들 다 신고다닌다고 나도 편한건 아닌가보다.

세번째 슬리퍼는 정말 기대도 하지 않고, 급한 마음에 단지 싸다고 해서 산 넘이다. 그런데 따지고보면 편의성이나 가벼운거나... 그리고 착용감은 그 어떤 슬리퍼보다 편하다. 생각치도 못한 이 슬리퍼의 장점에 불현듯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중국에 다시 찾았을 때 요넘이랑 비슷한 것이 있지 않나... 또 찾아봤건만, 결국 찾지 못했다. 몇켤레 사서 친구넘들한테 선물로도 돌릴려고 했건만. 크~

따지고보면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도 그런 것 같다. 나보다 좀 더 있어보이고, 또 의미를 두고 만나게 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남들 다 아는 사람, 한정된 공간에서 알 수 밖에 없는 사람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기대도 하지 않고, 정말 우짜다가 알게되는 사람이 시간이 좀 지나다보니 그 사람이 정말 마음에 들 때도 생기는 법이다.

이 슬리퍼를 볼 때면 미친넘처럼 한번 씨익하고 웃고 만다. 잠시나마 뇌릿속에 세사람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요즘은 블로그질에 그닥 재미를 못 느끼는 것 같다. 어지간하면 방문 열고 나가 슬리퍼 사진이라도 찍어서 같이 포스팅할만도한데,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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