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今.生.有.約./→ 雜感

니편 내편 가르기.

우리팬 2009. 7. 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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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디는 wurifen이다. 91년부터 Daladala -> sbj1977 -> Marang -> Alang -> otravez -> otra를 거쳐 그나마 없는 ID를 찾아낸 것이 wurifen이다. 의미는 별거없다. 소시적 동네 형아들이나 친구들과 골목길을 누비며 뛰어놀 때, 거의 모든 게임은 '편 가르기'로 시작되었는데, '우리편'과 '나쁜놈' (혹은 너거편)으로 갈렸는데... 그 우리편을 우리는 '우리팬'이라고 불렀다.-_-v 발상은 단순한데서 시작되었는데, wulifen, wuripen, wulipen 중에서 고른다고 꽤나 고심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결국 가장 눈에 이쁘게 보이는 wurifen으로 했고. 이 ID를 사용한지가 어언 7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아는 사람 中에 '내편', '내편'을 상당히 중시했던 분이 있었다. 가족외에 세상살면서 알게된 지인 中에서 어느 인물과 특별한 인연을 맺기로 한다면, 상대가 가장 먼저 자신에게 주는 가장 큰 믿음이 바로 '자기편'이 되어줘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었다. 가족과 마찬가지로 어떠한 일이 있든지 자기편에 서서 자신을 옹호해 줄 수 있으며,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항상 자신의 의견에 호응해 줄 수 있는 사람, 또 옆에서 거들어 줄 수 있는 사람. 난 이 말을 그리 기분 나쁘게도, 좋게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적어도 다른 사람에게 '믿음'을 줄 수 있겠지, 라는 생각만 했을 뿐이니까.

그러다가 어떠한 이유로, 나는 이 분과 인연을 끊기도 작정을 했다. (아니, 그분이 나와의 인연은 먼저 끊고자 했는지도) 아무리 생각해도 웃긴거다. 니편, 내편 따진다는데 '무엇을 위해서?'라는 반문이 절로 나왔다. 사실, 두명 이상의 특정 단체에서 편을 나눈다는 것은 공통된 목적의식을 가지고서야 비로서 형성된다. '너'와 '나'라는 두명의 관계에서는 과연 무엇을 위해서였을까...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아니, 어쩌면 나와 특별한 관계에 있어서 서로의 잘못은 꼬집어 줄 수 있고, 좋은 일에 같이 웃을 수 있는 따뜻한 관계였다면 모를까, 무조건적으로 '내편이 되어달라'며 '내편', '내편'만을 고집하는 것 자체가 적지않이 유치하고 따분해보였을 정도였다. 친구 사이에서도, 그리고 연인 사이에서라도 그 '편'이라는 또다른 의미를 둔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더이상 거기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기로 했다.

그 분과 인연을 끊기도 한 후, 나는 천천히 옛 일들을 하나둘씩 되씹어보기로 했다. (사람 인연 끊는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잖는가.) 나도 바보처럼 어지간히 그 분을 따랐던 반면에 불쑥 든 생각이, '이 사람은 과연 '내 편'이 되어 준 적이 단 한번만이라도 있었는가?' 였다. 아니 어쩌면 이 분은 내가 생각했던 대인관계의 잣대로 나를 대했는지도 모른다. 나의 잘못은 자신의 관점에서만 보고 꼬집어주고, 내가 뭘 하든지간에 세상의 기준으로 평가를 하고. 정작 자기자신은 나를 단한번도 내 편이 되어준 적이 없는, 이런 식으로 봐와주셨던 것이다. (뭐 그렇다고 해서 여기에 대해선 나무랄 건덕지가 없다. 도리어 그나마 나같은 인간에 대해 관심가져주셔서 감사하다 정도.)

사람 인연끊기가 쉽지가 않다. 아니 나이를 먹다보니 새로운 사람과 緣을 맺는 것 역시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 같다. 그 분과 함께 했던 꽤나 긴 시간들이 잔잔한 미소가 떠올를 수 있는 '추억'이 되었으면 하지만, 오늘 아침에 순간 든 이 생각 때문인지 그저그런 '기억'이 될 것 같다, 라는 불안한 마음이 아쉬울 따름이다.

구구창창 지껄여봐야 결국 결론은 하나다. 지 편한대로 사람을 대하지 말라는 것.


진정한 내편은 이런 말을 할지도 모르지요, "나는 니 편이다. 온 세상이 적이 되도 난 니 편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뭐 대강 이런 눈빛.-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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