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山 東

그 유명하다고 하는 칭다오(青島)의 빠다관(八大關) 이야기.

우리팬 2009. 9. 8. 12:52
반응형
2008년 1월 6일

07년을 보내야 하는 12월 말, 명목상(!) 인솔자 신분으로 아해들을 이끌고 낯선 중국의 칭다오(青岛)를 찾았다. 중국의 칭다오는 아름다운 해양도시이다, 관광특구다, 뭐 이런 말들을 많이 들어왔지만, 내 머릿속에는 단 하나, 이 곳에 가면 칭다오에서 만든 '칭다오 맥주(青岛啤酒)'를 마실 수 있다, (일명 Made in tsingtao) 외엔 별다른 기대감이 없었다.-_-; 이유인즉, 아무래도 내가 찾았던 시기가 본격적으로 겨울이 시작하는 때였고, 이 곳이 설경이나 산의 경치 보다는, '바다'를 끼고있는 모습이 유명하다보니, 이뻐봐야 얼마나 이쁘겠는가, 하는게 나의 예상이었다. 그렇다, 이 예상은 적중했다. 한겨울의 칭다오는 칭다오를 꾸미는 모든 수식어의 개념을 모두 잊게 만들어 버린다. 차라리 겨울에 칭다오를 찾는다면, 근처의 라오산(崂山)이나 황산(黄山)을 찾는 편이 훨씬 낫다.

그래도 이왕 칭다오를 찾았고, 또 2주간이라는 적지 않는 시간을 보낼 것이니 볼 것은 보고, 돌아다닐 곳은 돌아다니자는 마음은 당연했다. (대강 유명하다는 곳은 이 정도)


근데 여기서 딱 빠진 곳이 있었으니... '만국 건축박람회'라고 불리어진다는 빠다관(八大关)이라는 곳이었다. 바다를 낀 세계 각국의 양식으로 지어진 별장들이 즐비하여 그렇게 이쁠 수 가 없다, 라고 들은 적이 있었으니... 당췌 어딘지를 알아야지. 게다가 당시 숙소에선 인터넷 사용이 불가능했었고. 그렇다고 근처 겜방에서 퀘퀘한 분위기에서 이런저런 칭다오에 관한 자료를 찾기보다는 직접 찾아다니는 것이 성격에도 맞는터라... 어느 날, 타이똥(台东)이라는... 그러니까 대강 제2의 칭다오 시내라고 할 수 있는 곳에 갔다가, 그 곳에 있는 DVD 가게에 들어간 김에 주인 아줌니한테 빠다관이 어디냐고 물어봤지비. (경험이라는 것이 참 재미난게, 난 그 어느 중국인들보다도 DVD 가게 주인과의 대화가 가장 편하다.-_-;)

그 아줌니의 대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여기서 멀다, 지금 가면 볼거 없다.-_-;;; 당시 나의 생각은 그래도 关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이니, 바다 풍경을 볼 수 있는, 산위의 별장들이 있는 곳이라 생각하여 칭다오의 외곽쪽에 있는 줄로만 알았다.-_-; 그런데 왠걸, 칭다오 제2해수욕장 바로 옆에 있더니만.-_-;;; 숙소에서 버스 한번 타니 근처까지 가더라고. 으헐~ (이때 참 허무하긴 했다.)

당시 같이 갔던 일행의 수가 꽤나 많았다. 어지간하면 나까지 포함해서 4명 정도가 빨빨거리기 가장 적합한 인원이라 생각하는데, 이 날은 무려 나까지 해서 무려 6명.-_-; 버스에 내렸지만 어디가 어딘지를 알아야지. 사전정보가 거의 없이 걷다걷다보면 나오겠다 싶었는데, 아무래도 일행들이 많다보니 부담스러운 것은 당연지사. 2,3명을 데리고 다녔다가 헤매게 되면 "에이, 미안하다. 밥 사줄께." 하면 그만이지만, 그 수가 늘어나면 감당하기 좀 힘들지, 아무리 중국이라 할지라도.


일단 대강 별장삘 나는 건물들이 보임직한 도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보시다싶이 저걸 별장이라고 보기엔 좀 무리이지 않은가. 그닥 이쁘지도 않고. 더욱 더 불안한 마음에 열심히 앞장서서 걸을 수 밖에 없었지비. 그러다가 눈에 띈 반가운 표지.

얘들아, 여기가 빠다관(八大关)이란다.-_-;;;

일단 '빠다관 관리 사무소(八大关办事处)'가 있는 것을 보니, 바로 근처인 것 같았다. 적어도 잘못 찾아왔다고 발길을 돌릴 일은 없겠구만. 그나마 안심을 좀 하고 아까보다는 힘차게, 자신있게 걸어나가기 시작했지.


근데 뭔가 좀 이상해. 평소에 중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집들이긴 했지만, 이걸 별장이라고 해야하나... 싶을 정도로 의문이 가더라고. 게다가 여기저기서 하구수 공사도 벌여놓고 있었고. 설마 도로변에 이런 집들 좀 있다고 해서 '만국 건축박람회'니, 아름다운 풍경이니 하진 않을 것 아니우. 그래서 좀 더 걸어가보기로 했지.

이 두 사진의 제목은

'빈부격차'이다.-_-v


한참 걷다보니 넓어진 도로가 나왔고 이런저런 가로수들을 보니, '아, 이 곳도 여름에는 좀 볼만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설마 이런 곳이 빠다관일려구?-_-+ 에이, 설마... 설마... 했는데, 역시나였다.-_-; 그 '역시나'라는 결론을 내게 해준 힌트가 바로...


이 표지판을 보고 눈치를 채게 되었던 것이, 길 이름에 '关'가 있는 것. 이런 '关'자가 들어가는 길 여덟게 모아두고 여길 八大关이라 부르는구나... 하는 추측을 하게 되었으니, 그렇다... 정답, 딩동댕~ 2,30년대에 이 곳을 개발할 때는 여덟개의 길이었는데, 해방 후에는 길 두개가 더 생겨 모두 열개라고 한다.-_-; 이래서 어딜 가든지 사전정보를 좀 준비하고 가야되는겨~ 물론 다 알고 가버리면 또 새로운 곳을 찾는다는 신선함도 떨어지긴 하지만. 아마, 내가 미리 알았더라면 굳이 이 곳에 올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다싶이 겨울이기 때문에, 이쁘다, 이쁘다 해도... 겨울날씨의 '한계'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게다가 '눈'도 없는데.-_-;;;

그래도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뭔가 더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걸었고.

그래도 그렇지 그 유명한 八大关에서 이런게 보일 줄이야... -_-;

난 왜 이 건물이 이쁘기보다는, '춥겠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을까.-_-;

그래, 걷는게 답이었다. 걷다걷다보니... 아까 추측했던대로 역시나 하나둘씩 길표지판들이 八大关이 어떤 곳인지를 알려주었다.

자 봐라... 길이름들에

전부 '关'자가 들어가지.

엇... 가곡관(嘉峪关)은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디.

설마 산해관(山海关)도 있을까?


이 날은 무슨 '찍기'의 날이었는가보다. 설마 했는데 모두 역시나로 결론이 났으니. 맨 아랫쪽에 역시나 산해관(山海关)이 있다. 산해관은 만주족이 명(明)을 치고 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길목이었는데, 당시 수문장이었던 오삼계(吴三桂)가 여색(?)에 눈이 멀어 길을 열어주고, 명나라가 망하게 되지비. 그... 최인호氏의 상도(商道)에도 나올꺼로. 함곡관(函谷关)은 삼국지에서 봤던 곳 같은디... 하.여.간.


아래 설명은 도로와는 상관없이 예전에 만들어진 关에 대한 설명으로 끝.-_-; 이름이 중요한게 아니잖아... 왜 하필 관문 이름으로 도로명을 지었는지 설명이나 좀 해주지! -_-;;; 이 곳이 어떤 곳인지 정체를 알 수 있게 되자 뒤에서 따라오던 일행들의 원망소리.-_-; "이쁘다메요!" ...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단 하나. "여름엔 이뻐."-_-+


뭐 할 수 있겠는가... 대강 어떤 건물들이 있고, 어떻게 생겼는지나 봐야지. 근데 건축에 대해선 문외한인지라, 봐도 모르겠던데.-_-; 그렇다고 집안에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까 빠다관에 관한 것을 찾을 때 봤는데, 예술가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날이 추워서인지... 길거리에 사람들이 있어야지 원. 또 예술가들이라고 해서 일반인들이랑 확연히 차이나게 보이는 것도 아니고, 또 그렇다고 우리가 예술가를 만나서 무슨 얘기를 나눌 것인가.-_-+ 단지 그 이쁘다던 빠다관에 대한 실망을 얼른 없앨려면, 그 곳을 벗어나는 것외엔 방법이 없지비.

얘들아 이게 중국의 우체통이란다... "퍽!~" -_-;


여기서부턴 좀 괜찮았던 것 같다. 호수를 낀 공원 비슷한 곳이었는데, 유유자적하게 산보삼아 걸어다니기 좋은 곳이었고, 또 이 날 결혼사진도 찍는 사람들이 있더라고. 야외촬영을 여기서 해도 괜찮을 것 같았는데... 문제는 겨울이라는 점.-_-;

분명히 이 곳은 여름에 오면 이쁠 것 같았다.

겨울의 모습이란... -_-;


나야 뭐, 중국인들의 결혼 야외촬영을 적지 않게 봐와서 그려러니 했지만, 아해들은 꽤나 신기하게 쳐다보더라고. 뭐, 별거 있나... 날도 추운데, 신부가 수고가 많지.-_-; 두 커플이 같이 촬영하는 것도... 종종 볼 수 있는 일. 나는 세 커플이 같이 야외촬영하는 것도 봤다.-_-v

점심을 먹은 후에 출발을 해서 이 곳에 도착한 시간이 꽤나 늦은 시간이었다. 얼른 다른 곳도 보기 위해서는 발걸음을 재촉할 수 밖에 없었고. 열심히 또 걷다 걷다보니... 드디어 바다가 보이더군. 에구...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몇일 전에... 칭다오의 해수욕장을 갔던 적이 있는데, 그 곳과 다른 곳이더라고. 그때는 제1 해수욕장, 이때 가게된 곳은 제2 해수욕장. 뭐, 위치외엔 별다른 차이는 없겠지만, 칭다오 백사장을 처음 찾은 아해들도 있었기 때문에 또 들어가게 되었지비. 아해들은 백사장으로 달려가고, 나는 드디어 산해관(山海关) 찾았다고... 나 혼자서 속으로만 반가워하고.-_-+


이 날 시간이 늦어서 바쁘게 움직일 수 밖에 없었는데, 그래도 별탈없이, 바로 옆 잔교(栈桥)도 갔었고, 나중에는 독일 감옥까지도 갈 수 있었다. 이 모두를 도보로 해결한 것치고는 빨리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지비. 뭐, 이 정도. 그때 데리고 갔던 남정네들, 이제 상병 달았겠군. ㅋ

이후에 이 八大关이라는 곳의 사진을 여러장 찾아봤는데, 역시 이쁘긴 이뻤다. 그러나 분명한 곳은, 이 곳은 우리처럼 직접 들어온다고 이쁜 모습을 볼 수 있기보다는, 멀리서, 바다나 석양과 함께 봐야지 '이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것 같다. 그래도 칭다오에서 "红瓦绿树、碧海蓝天"라는 것을 내세운 곳인디. (빨간 지붕, 녹색 나무, 푸른 바다, 파란 하늘... 이렇게 풀어쓰니 정말 없어보이는군.-_-;)


글고보니 잔교(栈桥)에 관한 포스팅도 안 했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