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今.生.有.約./→ 人緣

'블로그'를 잠시 접는다는 생각으로.

우리팬 2010. 1. 8.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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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4월 29일에 블로그가 뭐꼬... 하면서 남의 블로그를 기웃기웃, 꾸역꾸역 시작한 것이 오늘 2010년 1월 8일까지 왔습니다. '블로그'라는걸 한번쯤은 열어본 이라면 다들 겪었을, 그리고 느꼈을 아기자기함, 소박함, 진지함, 신기함, 재미남... 뭐 등등을 저도 아니 겪어본 것은 아닙니다. 특히 오늘같이 야심한 밤에 불면을 이룰 때, 내 옆에 누구 하나 말동무가 없다면 블로그는 자신의 좋은 친구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글(Words)'을 쓴다라고 하기보다는 '나만의 기록(Log)'을 남긴 것은 블로그를 시작하기 전부터도 해왔었습니다. 개인 홈페이지였나... 거기 게시판 하나 집어넣고 누가 보든 상관없이 별에 별 낙서를 다 해버렸으니까요. 제 글을 '글'처럼 받아주신 분들께는 죄송한 말씀이오나, 어쩌면 저에게 있어서 블로그는 하나의 배출구로써 역할을 해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가슴이 갑갑하다거나, 뭔가 화가 나는 일이 있을 때... 다른 곳으로 신경을 옮기고 싶을 때면 으레 컴퓨터 앞에 앉아 전혀 나의 일상과는 상관없는 주제의 낙서들을 해왔으니까요. 그래놓고 한 2년 정도 지난 후에 그때 당시의 글들을 뒤져보면 묘한~ 회심의 미소를 짓곤 했었습니다. 사실 오늘도 몇년 전의 글들을 몇개 읽게 되었는데... "이 새끼는 아직 멀었네~", "에고... 기특한 생각을 할 때도 있었네.", "이래 할 짓 없었나?" 라는 생각을 하며 그냥 그렇게 제 자신을 되돌아 보곤 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중국에 있으니까 나는 이렇게 살아가오~ 라는 내용으로 출발했으나, 사람이 나이를 먹고, 사는 지역이 바뀌며, 또 살아가는 환경이 바뀌다보니 가면갈수록 뒤죽박죽 정체를 제대로 알 수 없는 블로그가 되어버린 것이 바로 wurifen.com입니다. 살아가면서 정리를 하지 않으면서 살진 않았는데, 정말 정리되지 않는 곳이 바로 이 블로그더군요.-_-; 이게 정말 난가? 나는 이렇게 살고있나? 하는 순간에 든 생각이 바로 '블로그'라는 넘과 잠시 떨어져 있어야겠구나... 싶은 겁니다. 주제는 갈팡질팡하지만서도, 없는 얘길 지어낸 것도 아니고, 내가 겪고, 가고, 보고, 생각했던 것을 남겨놓은 것이기 때문에 부끄러운 점은 없습니다. 다만, 블로그 전체를 뒤돌아보니 스스로 떨어져 있는게 어떨까... 싶은 것이지요. 지금 내 삶에서 블로그가 없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니 뿌듯하기만 합니다.-_-v

블로그를 통해 적지 않은 분들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중국에서 한창 유학 中일 때, 한국 라면 먹고 싶다고 칭얼거리는 포스트를 올리니 어떤 분은 라면 한박스를 소포로 보내주셨고-_- 중국 커피 맛없다고 노래를 부르니 지인을 통해 커피믹스를 건내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그리고 제 블로그에 간간에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은 저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시기 위해 기계식 키보드와 원버튼짜리 애플마우스까지 보내주셨다지요.-_-; 또 어떤 분은 제가 올린 음식점에 같이 가자고 식사까지 대접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물질적으로 받은건 이 정도인 것 같슴다.) 어떤 연수생은 아는 형의 소개로 식사 한번 같이 했는데, 연수를 오기 전에 도움이 된 블로그가 있어 밤을 세워 읽어보았다는데 그게 제 네이버 블로그더군요.-_-; 아... 직접 만나고 식사 마치고 절대 연락없었습니다. ㅋ 하여간 동호회 활동을 했을 때와는 다른 인연이 있었음은 자명한 사실입지요.


남들처럼 사는 것이 소박한 꿈이고, 남들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아가는 것이 나름대로의 욕심인데... 그게 참 힘든 일이더니만요. 위에 언급한 분들께 꾸준한 연락을 못한 것도 어떻게보면 내 살기 바뻐서 그랬다, 혹은 뭐 별거 아니겠지라며 무의식 中에 팽겨쳐 버린 소중한 인연이 아닌가도 싶습니다. 한동안은 좀 더 주변 사람들에게 충실하고, 좀 더 제 생활에 본분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잠시 블로그에서 멀어지려고 합니다. 나중에 일상생활에 정말 무료함을 느끼면 쌩~하고 다녀와 잘 있으요~ 할지도 모르지요. 낄낄.

하여간... 잠시 블로그를 떠나는 인사글 하나 남겨둡니다.


2010년 1월 8일 새벽 6시 14분.
wurifen 拜上.



흠 유명한 연예인들처럼 처자한테 차여서 미니홈피를 닫는 식이라든지,
혹은 내 밥벌이에 바빠서 블로그를 접으면 좀 덜 할터인데... 이런 식은 참~ 황당하구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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