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今.生.有.約./→ 人緣

'잊혀진 사람'이 된다는 것.

우리팬 2009. 7. 7.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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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번쯤은 내가 살아가면서 몇사람과 알고 지낼까? 아니, 알게 될까를 궁금했던 적이 있다. 이렇게 지나쳐도 알게되고, 저렇게 지나쳐도 알게되던 소시적-_-v 인사 한번했다고 아는 사이가 되고, 술 한잔 같이 했다고 친한 사이가 된 적도 있었지만, 역시나... 양은 많되 질적으로는 아쉬운 대인관계였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여간 어지간히 많은 사람들을 알고지냈던 것 같은데, 지금이라도 문득 핸펀을 꺼내들어 연락처 목록을 보면, 쉽게 통화버튼을 누를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PDA폰을 쓰고부턴 근 10년간 모아뒀던 OUTLOOK의 연락처 목록이 몽땅 싱크가 되어-_- 본의 아니게 핸펀 안의 연락처 수는 200명이 넘었다. 크~)

나는 숫자에 매우 약하다. 몇일전 '남자의 자격'이라는 KBS 주말 예능프로에서 IQ 테스트를 한다고 불러주는 숫자를 한번에 듣고 한번에 쓰는 테스트를 하던데, 나 역시 한번 따라해봤더니 그때는 우째 잘되더라고. 문제는 '약하다'라는 말은 순간적이 아니라, 쉽게 잊어버린다, 까먹는다의 차이인 것 같다. 하여간 이런 이유에서인지, 또 조금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나는 사람들의 핸드폰 번호를 그다지 중시하지 않고 살아왔다.-_-; 이래저래 개인 연락처라고 핸드폰 번호를 저장한다 할지라도, 개인적 사정이나 새로운 핸드폰 구입으로 인해 핸드폰 번호를 바꾸게 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역시나 몇년전부터 핸펀 국번 010이 대세가 되면서부터 소수의 지인들을 제외하곤 이전 번호를 버린 지인들이 대부분이었다. 고로, '핸드폰 번호'는 사람을 대표할 수 있는 영구적 연락처가 되기에는 더더욱 미미한 연락처가 되어버린 것. 그러나 E-mail 주소는 어지간해서는 바뀌지 않았다. 어지간하면 자신의 대표메일 주소는 그대로 두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E-mail 주소 변경이 귀찮아서인지, 혹은 평소 그다지 E-mail에 신경을 덜 써서인지는 모르겠지만 ... 다들 E-mail 주소는 몇년이 지나더라도 거의 맞아떨어지는 것 같더라고. (참으로 아이니컬한 것이, 이에 비해 나는 대표 E-mail 주소 변경이 잦은 편이었다.)

하여간 나는 사람을 어지간해선 잊지 않는다. 이런 쪽으로 잔머리가 잘 굴러서인지, 아님 나름 OUTLOOK 연락처의 매력에 빠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나마 같이 자리를 했고, 혹은 같은 곳에서 같은 시간을 보낸 이였다면, 나중에라도 OUTLOOK의 연락처에 등록하곤 했었다. (물론 전부 다는 아니다.-_-; 생각외로 정말 필요없다, 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적진 않았으니까.)


메일이 왔다. 이게 누구야? 2002년에 뭣모르고 중국의 无锡라는 땅에서 막무내기로 어학연수 당시에 알게 되었던 일본인 친구 테라오카(寺岡)에게서 메일이 왔다. 그러니까 보자... 마지막으로 이 친구를 만났던 것이 2006년 1월 1일인가 2일 즈음일 것이다. 그때 나는 동생 회사의 회식에 공짜밥 얻어먹는다고 상하이(上海)에 있었고, 때마침 예전에 无锡에서 어학연수를 했던 남정네 넷이 상하이에서 약속이 있었나보다. (둘은 상하이에 자리를 잡았고, 하나는 우시에, 그리고 하나는 일본에 무역회사를 차려 중국을 오고가고 있었다.) 얼마만이냐... 그리고 어학연수 당시에는 정말 가고싶어도 못 갔던, 아니 돈이 아까워 아니갈 수 밖에 없었던 일식 타베호다이(食べ放題) 식당에서 만나 제대로 이것저것 일본인들의 취향에 맞게 요리를 주문했고, 걸쭉허이~ 반주도 걸쳤다.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난 것이다.

귀국을 하고부터는 이상하게 내가 사람들에게 먼저 연락하는 경우가 상당히 드물어졌다. 극소수를 제외하곤 오는 연락만 받고 살아왔던 것. 한국인은 그렇다치더라도, 외국 친구들과는 재미난 추억도 많았고, 또 이제 어지간히 나이도 들었으니까 좀 더 질퍽허이 관계를 좁혀가는 것도 괜찮을 듯 싶은데, 이 '메일' 한통 보낸다는 것에 왜그렇게 무관심 했는지... 메신저까지도 거의 사용하지 않게되니 이거 원... 내가 일부로 연락을 끊는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중요한 건 메일이 왔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다싶이 사람관계라는 것이 사귀기도 쉽지만, 잊혀지는 것도 쉬울터인데... 정말정말 간단명료한 안부메일이 한통 날라온 것이다. 한 두줄.-_-; 그래, 니답다. 메일을 아래쪽에 있는 문구를 보니 회사도 옮긴 것 같았고, 지금은 상하이에 머물고 있는 모양이다. 와... 이 아저씨 대체 중국에 몇년째 있는고냐. 9년?-_- 뼈를 묻어라, 묻어. 메일이 너무나 간단명료했기에, 나 역시도 비슷한 수준으로 답장을 보냈다. 햐~ 그제서야 이 아저씨가 본색을 드러냈다.

부산에 온다는 것, 여름휴가 때 부산에 오려고 한단다. 오는 사람은 안 막는데 말이다, 문제는 구체적으로 언제 오는지 말을 안 했기 때문에 안 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여름휴가를 앞둔 나름대로의 기대감에 부풀어 나와 연락이 되니까 생각난 김에 부산여행 온다는 얘기가 아닌가. 게다가 언젠가 약속도 한 적이 있다. 오면 징하게 데꼬 놀아준다라고-_-; 대강 뭘 좋아하는지도 알기 때문에 별다르게 준비할 건 없다만... 문제는 올들어 일본어 회화를 거의 하지 않다보니 요것부터 걱정임세. (한동안 틈틈히 일드를 봐둬야 하는가?-_-; 회화 감 찾는데 이게 최고지비.)

생각같아선 일문과 후배 몇도 부르고 싶다. 얼토당토 안한 나의 일본어 실력에 일문과 학부 출신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려면 지금 재학중인 후배라도 불러다가 제대로 자랑하고 싶구먼. 뭐, 그건 그때가서 보고. (뭐, 이미 南양에게 부탁은 해놓은 상태인데, 스케줄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두번째 메일에서 어학연수 당시 알고지냈던... 몇몇 일본인 유학생들의 근황을 알려줬는데, 하여간 다들 별탈없이 살아있으니 된거다. 세상에 이 사람들과도 안지가 벌써 7년이나 되었구나. 결혼한 사람도 있고, 일본으로 귀국한 사람도 있고, 중국과 일본을 계속해서 오고가는 사람도 있더라고.

생각해보니, 테라오카랑 내방이랑 제일 가까웠군.

근데... 나 7월말에 쓰시마(対馬) 갈껀데!!!-_- 날짜 겹치면 가차없이 버린다. ㅋ


메일 한통 보내는게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이라고... 슬~ 메일놀이를 해봐야겠구마이. 나 메일보내는거 좋아해.-_-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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