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今.生.有.約./→ 人緣

변하지 않기.

우리팬 2009. 6. 5. 17:33
반응형
오늘 새벽에 왠 남정네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 01년에 일본 단기연수 中에 알게된 대구 머시마인데, 학부 졸업하기 전에 내 자취방에도 놀러 온 적이 있을만큼 꽤나 친분이 두터웠다. 어찌나 말씀이 그렇게 빠르신지, 길지도 않은 문장을 두~두~두 쏘아내며 몇마디씩을 하는데, 아마도 통화 中의 1/3 정도는 못 알아들었을 것 같다.-_-+ 자랑스런 신의 아들 자격 덕분에 벌씨로 박사과정의 마무리 단계에 다가선 그는, 그 야밤에 뭐가 그리 외로워서인지 나에게 전화를 했다. 중국에서 귀국한 후로 2,3통 전화가 왔던 것 같다. 그때마다 전화를 받을 수 없었는데, (나는 어지간하면 놓친 전화, 다시 걸지 않는 이상한 버릇이 있다. 필요하면 또 오겠지~ 하믄서.-_-;) 오늘 새볔에는 우째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얘기를 했고, 얘기를 하다보니 통화시간이 만만치 않게 길게 늘어져 버렸다.-_-+

나도 한때는 전화통화를 즐겨했을 때가 있었다. 술이라도 한잔 들어가면, 때맞침 떠오른 친구나 지인들에게 안부인사 겸, 다른 사람들은 우째 사나~하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 전화버튼을 눌렀었다. 이런 버릇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줄어들게 되더라고. 차라리, 대낮에 문자나 전화 한통 걸어서, "보자", "날잡자"라고 대쉬를 하며 같이 술 한잔 하는게 더 속시원하게 느껴져서일지도 모른다. 하여간 나는 대구 머시마로부터 전화를 받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에이, 차라리 내가 다음주나 다다음주에 대구 한번 올라가면 되잖아~~'-_-;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도중에 그 넘이 남발한 나에 대한 평가는 딱 하나였다. "행님은 변한기 하나도 없네요." -_-; 사실 따지고보면 전화상의 그 넘조차도 예전과는 별로 달라진 느낌이 없었다. 01년에 알게된 넘인지라 횟수로는 8년째가 되고, 또 마지막으로 만난 것 또한 비슷할 것이다. 이 긴 시간동안에 '나'라는 사람이 어찌 변하지 않았겠는가. 다만, 사람을 대할 때는 아무리 오래된 사람이라도, 아무리 오래간만에 만난 사람이라도 예전에 만났을 때 모습을 보여줄려고 무의식 中에 노력하는 듯 싶다. 또 뭐,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미친거라잖우.-_-;

나는 변하지 않았다. 변하지 않을려고 노력한다. 다만 예전의 나쁜 습관이나 성격 같은 것은 나름 고칠려고 노력은 한다. 그러나 고쳤다, 라고 말할 수 있을만큼 긴시간동안 버틸지 못해서 탈이다. 나쁜 것은 어제까지도 고칠려고 노력을 했고, 오늘 지금 현재도 하고 있으며, 내일도 열심히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사람 자체가 변하기는 싫다. 아니, 다른 사람이 되는게 싫을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참 재미난 얘기가, 한 사람의 성격 혹은 타인에게 보이는 이미지가 상대방에 따라 달라지는 짓거리를 소시적에 해본 적이 있다. 그러니까, 서울에 가서 서울사람들을 만나면 이런 이미지, 학교나 동네친구들에게는 이런 이미지, 또는 각 개인에 따라 이 사람한테는 이런 이미지, 저 사람한테는 저런 이미지. 내가 무슨 연기파 배우도 아니고, 또 그렇다고 다중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도 아닐터인데, 살다보니 그렇게 되더라, 라는 변명밖에 못할 것 같다. 그러다가 언젠가는 이 사람, 저 사람과 동석을 하게 되었을 때, 그때의 이미지에 나름 혼란스러워하다가 결국 나는 내 스스로의 모습을 찾기로 결심을 했다. 그게 지금 이 꼬라지이다.-_-;

가볍고, 가끔 말한마디 쉭쉭 던져버리고... 게으른 척 하면서 일부로 상대방의 관심을 유도하거나 짜증을 유발시킨다. 우짜다가 이딴 이미지로 정착이 되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내딴에 사람대하는 편한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을까? 내가 상대방에게 호의를 베푼 것이 언제였는지...-_-; 절대 필요에 의해 나를 찾게 하지 않을려고 하는 점도 있는 것 같다. 하여간 이러다보니, 쉽게 감동도 하지않고, 어지간한 일에 있어서도 흥분하지 않게 되었다. 화? 짜증은 가끔 내긴하지만 내가 진짜 화를 언제 냈는지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이것도 사람사는 일인가, 예전에는 누구라도 알게되면 자주보고, 많이보기를 원했었는데... 이제는 누구나를 만나기보다는 누구를 제대로 만나서 이 세상을 함께 숨쉬며 살아가고 싶다. 군중속의 외로움이라는거, 그 어떤 대인관계의 고통보다 훨씬 더 큰 아픔이리라. 어느 사람과 같은 시간을 함께했다는 즐거움은 어느 한 순간이라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추억일 것이다.

여기가 무슨 신궁(神宮)이더라?-_-;

6월말이나, 7월에 대구간다. 아님 니가 부산으로 오라. 다만 그대가 보는 나의 모습은 01년때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반응형

'.今.生.有.約. > → 人緣' 카테고리의 다른 글

Facebook과 그리운 사람들.  (0) 2010.01.05
두사람.  (0) 2009.08.06
조심해야 할 부류.  (2) 2009.07.07
'잊혀진 사람'이 된다는 것.  (0) 2009.07.07
이별주(離別酒).  (0) 2009.06.09
-1시간.  (0) 2009.05.31
나쯔메 소세키(夏目漱石)와 『몽십야(夢十夜』  (0) 2009.05.14
아, 조성환...!  (6) 2009.04.25
먼 기억 속의 단편 조각 하나.  (0) 2008.10.11
한달 하고도, 10日 후.  (2) 2008.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