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今.生.有.約./→ 雜感

소시적 골목길에 대한 추억.

우리팬 2010. 7. 30.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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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20여년간 나는 운이좋게 '골목길 문화'를 접하면서 자라왔다. 굳이 '운이 좋다'라고 표현을 한 것은, 요즘 아파트 단지내를 왔다갔다하면서 보면, 단지내의 주차장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혹은 축구공을 주거니 받거니, 혹은 벽에 야구공을 혼자서 던지고 받고 하는 아해들을 보니 왠지 모르게 처량하다, 라는 생각까지 들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가 자랐던 소시적의 추억에는 그런 놀이를 별다른 불편이나 위험부담이 없기 즐겼었다. 이래저래 아이들이 어울릴 수 있는 골목길이다보니 자연스럽게 동네 친구, 형, 동생들이 생겼고... 지금은 기억이 뿌옇지만 참으로 신나게 달리고, 치고 뒹굴며 놀았었다. 요즘 아파트 단지에서 이런 모습을 기대하긴 어려운 일이겠지비.

 

 

사실 내가 아파트에서 살고 있기 때문뿐만이 아니라 요즘 어린 아이들의 놀이문화도 상당히 달라졌다. 예전보다 차량이 늘어남에 따라 어지간하면 밖에 나가서 놀지마라, 라는 부모들의 권고도 있을 것이고, 또 컴퓨터나 게임기와 같은... 굳이 밖에서 즐기지 않아도 되는 문화가 있다. 이런 경우엔 굳이 친구들끼리 옹기종기 모일 필요도 없지 아니한가. 하지만 정말 안타까운건 갈수록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들이 좁아졌다는 사실이다. 사실 나도 나이가 들면서 종종 느끼는 것이지만,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곳을 나이먹은 사람들은 이용하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아니한가. 가끔씩이나마 아파트 단지내의 놀이터에 앉아서 커피 한잔할 때면 괜히 마음이 편해지면서 나 역시도 동심으로 돌아가 그네를 타든지, 미끄럼틀을 타고 싶어지곤 한다.

 

간만에 본 연립주택의 전기 혹은 수도 계량기. 전기겠지비???

지난 주말에 우연찮게(?) 다가구 주택이 모여있는 곳을 찾았는데, 괜히 옛날 생각이 좀 났다. 골목길을 시끄럽게 누비며 숨박꼭질이라든지 진돌, 혹은 얼음땡을 했던 소시적의 추억, 그리고 간간히 정전이 되면 애들은 평소엔 가지고 놀 수 없는 후레쉬를 들고 신나게 뛰쳐나가놀았던 것, 뭐 또는 집문 앞에서 '누구야, 노올자~'라고 외쳤던 것들. 우리 세대는 분명 그렇게 신나게 놀았고, 이웃 아줌마, 아저씨들과도 허울없이 지내곤 했는데, 세상에 험악하게 변해가서인지... 아니면, 그 동네 자체가 원래 평균연령대가 높은건지, 어르신들 말고는 눈에 띄는 젊은 사람, 그리고 어린 아이들이 단 한명도 눈에 띄지 않았다. 게다가 그 좁은 골목길에 주차되어 있는 차들은 또 왜그렇게 많은지. 주차되어 있는 차들이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을 차지해버린 것이 아닌가. 흠흠.

 

집 문밖만 나서면 놀 수 있는 공간이 있었고, 또 어른들한테 좀 잔소리를 듣더라도 친구들과 편하게 놀 수 있었는 공간, 그런 동네들이 그립다. 그때는 분명 '거기 가서 놀아라'식의 말은 전혀 듣지 않았지만, 요즘은 학교 운동장이나 공원등지에서 놀아라, 라는 어른들이 적지 않겠지비. 것도 위험하다, 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런 위험을 만든 것도 분명히 어른들이 만들어 낸 세상 때문일터인데. 여름 휴가철마다 어디든 북적이는 그런 곳에서 날씨나 거리상의 문제보다는, 사람들에게 치여 휴가를 보내야만 하는 어른들은 또 자신들이 만들어낸 공간에 애들을 적응시킬 뿐이라는거, 참... 씁쓸하면서도 아쉬운 풍경 中의 하나임에는 틀림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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