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ea

롯데 1등 안해도 좋다. 대호야, 홈런 안쳐도 좋다.

우리팬 2008. 5. 2.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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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롯데팬이다. 사실 롯데팬이 된건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4살땐가 야구를 알고부턴 OB팬이었다. 아니 OB팬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내가 친하게 지냈던 형아들, 그 어린 나이에 같이 놀았던 형이 OB팬이었고, 당시 마케팅 차원에서 했던 쥬니어 OB던가 뭔가까지 1년간 가입을 하면서, OB팬일 수 밖에 없었다. 난 지금도 부산에서 사는, 부산에서 사는걸 자부심으로 느끼는 사람인데 말이다. 그래도 30년 넘게를 살았는데.-_-; (하기사 그때는 OB연고가 어딘지도 몰랐다.-_-;;;)

그러다가 92년에 롯데팬으로 전향할 수 밖에 없었다. 잘은 모르겠는데, 부산은 정말 지역감정이 쌔다. 또 프로야구라는 것 역시 시작부터해서 지역감정을 부추길려는 의도로 만든 것도 있다고 드었다. 그건 둘째치더라도, 내가 친구들에게 OB팬이라고 말하던 순간, 그때부터 따는 물론이고 맞아죽을 뻔하게 생겼었다. 할 수 없이 롯데로 전향을 했는데... (사실 프로야구 팀이 잘하든 못하든 그리 사는데는 지장이 없지 않은가.-_-+)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때마침(?) 그 해 롯데는 우승을 했다.-_-; 이보다 더 좋았을리가 있으리라. 하지만, 롯데가 우승은 했지만, 롯데리아에선 할인행사를 하지 않았다. 고삐리에게는 롯데리아, 상당히 중요했다. 또 우리 동네에 롯데리아가 생긴지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다. 헐.~ 그때부터 소문을 들었는데, 야구팀 롯데가 아무리 잘해도 기업 롯데는 그 수익으로 일본에 투자한다는 얘기였다. 나는 그때부터 프로야구 자체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_-; 누가 1점이고 2점이고 여전 홈런을 친다고 해서, 내 인생에 달라질건 없지 않은가... 뭐 그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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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해서... 다시 야구에 관심을 가졌다. 나도 한때는 초딩때 야구부에 들뻔 했었고, (아니 유격수도 들어가긴 했는데, 키 작다고 쫓겨났었다.-_-;) 또 지금은 고인이 되신 박동희 선수와도 같은 동네에 살았었다. 박동희 선수의 사고소식도 엄니에게 들어야 했다. 울 엄니 야구 그닥 좋아하시지도 않지만, 그래도 같은 동네에서 야구 잘하고, 또 그래서 그걸로 집안을 일으킬려던 사람이었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햄이 이번에 다시 롯데로 왔다. 알고보니 마햄은 내 초딩 선배더라.-_-; 대학 졸업을 하고 유학생활을 했기 때문에, 그리 한국 야구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가 없었는데, 사람이라는 것이, 다시 한국에 돌아오고나니까 야구에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더라고.-_-;

작년에 야구장에도 오래간만에 갔다. 4,5년만에 갔는데, 부산 아니 마산도 마찬가지지만, 롯데 응원 하는 구장에 가면, 왠지 모를 情이라는 것이 있다. 관중석에 앉아서, 내가 준비해온 먹을거리 나눠 먹으면서 같이 한 마음이 되어 같은 팀을 응원하는 그 무언가가 있다. 작년 5월에, 정말 오래간만에 사직구장을 찾았는데, 내 바로 옆에 있는, 나이 즈긋한 분이 토마토를 건내는거다. 이거 먹고 응원하자는 것이 아니라, 야구장에서 서로의 인심을 확인하는... 진한 감동이 있다.

그래서 올해도 야구를 본다. 보는 정도가 아니라, 한 게임 한게임, 내 나름대로의 분석도 하고, 내 나름대로의 감동 영화도 만든다. 잘하면 잘하는대로 기분이 좋고, 못하면 못하는대로 뭐가 잘못된 부분인지 이래저래 생각도 해본다.

올해 롯데가 잘한다 잘한다 하지만, 말이 많다. 초반에 반짝, 하루 이틀이었겠는가. 롯데 잘하면 사직구장 사람들 많이 찾는다고... 그러면 사직구장 근처 장사 잘되고, 또 부산 경제 살아난다고 이게 몇년이던가. 하지만 이것 뿐만 아니라... 롯데 경기는 롯데 경기만의 무언가가 있다. 나도 세상을 덜 살아서인지, 아니면 아직 야구를 잘 몰라서인지는 몰라도, 롯데 경기는 자주는 아니더라도, 못하고있더라도, 아님 질 것 같더라도 뭔가 가질 수 있는 기대감이라는 것이 있었다. 꼴지를 하든, 꼴지 앞잡이를 하던지 간에, 그래도 롯데가 이기는 한 경기가 좋았지, 성적에 대해선 그리 욕심까지 부린 것도 아니었다.

사실 롯데팬이라면, 롯데 구단만큼 기업의 지원을 덜 받는 곳도 없다는 것을 알터이니까. 우린 그렇게 듣고, 또 그래서 롯데를 응원했었다. 그래도 당신들은 잘해낼 수 있잖아, 라는 기대감에.

올해 롯데가 좀 하다가, 하향세로 쳐졌고, 또 롯데의 간판 스타 이대호 선수도 팬들이 바라는 홈런을 그리 쳐주지 않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예년과 다르게 기대감을 가지고, 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올해는 스스로를 위한, 롯데라는 구단을 위한 야구가 아니라, 정말 몇년간 기다린, 팬들을 위한 야구를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드는 것이다. 로이스터가 왔던, 아님 ML의 감독이 와서가 아니라, 정말 그들은 뭐가 야구고, 뭐가 승부인지, 사람 마음을 갖고 노는 듯한 그런 야구를 한다는 점이다.

롯데가 질 때, 역전패로 지던, 아님 마무리 마무리 경완햄이 개판으로 던져 지던 그게 문제가 아니다. 그래도 롯데는 5월이 된 지금에도 4위권 안에 있는 것만 해도 팬들로 하여금 감사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고, 또한 선수들 역시 그것만으로 된거다. 롯데는 외인구단이 아니다. 1등을 바라는 것도, 롯데팬들의 염원이 아닌 것이다. 우린 그냥, 가을의 쌀쌀한 날씨에도, 사직을 찾고, 또 그 곳에서 야구를 보고 싶다는 것이다. 좀 추위를 느끼면서 뜨거운 야구 열기를 만들고 싶다는거다.

그래서인지 이대호 선수가 요즘 홈런을 치지 않는 것이 너무 마음에 든다. 시원시원한 이대호 선수의 홈런을 누가 바라지 않겠는가마는, 짧은 안타 하나하나, 치고 타점 하나하나를 먹는 그의 모습에서, 가을 야구에 대한 자그나만 불씨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나도 기분이 좋다. 트리플 크라운인가 뭔가, 나는 잘 모르겠는게 그거 대여섯번 하는 것 보다는, 정말 코리안 시리즈에서 우승하고 싶은 것이 또 선수들의 마음 아니겠는가. 야구... 혼자는 하는거 아니잖아?

SK가 잘한다고 말이 많다. 물론 그 SK의 팬들에 대해선 뭐라 할 말은 없지만서도, 내가 롯데팬으로써, 앞으로 롯데는 정말 재미난 경기, 손에 땀을 지게하는... 언제든지, 어디서든, 야구장을 생각할 수 있게하는... 그런 기대감을 가질 수 있는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롯데 10연승 하면 되려 야구장 가기 싫은 마음이 생길지도 모르겠다만.-_-;;;

야구장 근처도 가지 않았던 친구도 롯데 얘기 들으면, "야구장 한번 가볼까?" 하는게 롯데 야구다. 난 그래서 롯데가 좋다. 그래도 그런 롯데가 4등 안에는 들어서, 잠바 걸치고, 아님... 옆에 우리 이쁜 여자친구 추운거 안으면서 같이 응원하고 싶다. 좀 해주소, 롯데 아니 갈매기 아저씨들. 까악!

우린 비와도 집에 안간다. 이렇게 해서라도, 이기는걸 보고 기분좋게 집에 가고 싶다.

나도 나름 사람이름 공부하면서 사는 사람인데, 우째... 작년부터는 롯데선수들 이름이 더 잘 외워진다. 이름뿐만이 아니다. 지금 1군에서 뛰는 선수들 외에, 2군에서도 얼른 올라와줬음 하는 선수들까지도 기대한다. 종석햄, 마햄이랑 같은 경기 뛰는 모습 좀 보여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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